전문가들 “환자가 복귀 거부하면 어쩔 수 없어…단계적으로 사회복귀 지표 높여야”

정부가 회복기 재활병원제도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환자의 빠른 사회복귀보다는 기능회복에 평가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의원 회관 제1소회의실 ‘한·일 재활의료전달체계 국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는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퇴원에 대한 걱정 없이 집중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 2015년 12월 재활의료기관 지정에 대한 법적근거를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마련하고 약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017년 10월부터 15곳을 지정해 재활의료기관 지정 시범사업을 운영해 왔다.

그리고 본 사업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시범사업에 대한 사업효과 평가 및 분석, 평가지표 개발, 보상체계 수가모델 제시, 재활의료기관 소요병상수 추계, 사회경제적 비용 및 영향 등을 분석하도록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최종 결과는 2월 중 나올 예정이다.

시범사업은 병원급 의료기관 중 병원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회복기 환자 입원치료의 역할을 수행하는 요양병원이 병원으로 종별 전환을 통해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인증이 필요하다. 회복기 재활에 적합한 인증기준은 오는 5월까지 마련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범사업 평가 지표를 제대로 설정해 참여 기관들에 부당한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립재활원 관계자는 “재활의료의 궁극적인 목표를 기능회복인데, 사실 이 제도의 평가는 사회복귀에 포인트를 맞춘 것 같다”면서 “사회복귀는 병원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가 기능이 좋아져 집에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기에는 개인, 가정, 사회적 문제가 포함돼 있다. 이것들이 같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집으로 가는 게 힘들 수 있다. 사회복귀를 평가지표로 잡아버리면 병원에서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을 부당하게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범사업의 성과 평가는 기능회복에 먼저 두고, 사회복귀는 이차적 지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2차 시범사업이나 본 사업을 할 때 지역사회로 보내기 위한 다양한 수가가 활성화되고 준비되면 차후 사회복귀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단계적으로 평가지표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피력했다.

다른 참석자도 “재활의학과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정에 복귀할 능력 있다고 판정해 복귀를 시키려 하지만 환자 본인이 불안해 해 가지 않는 사람도 많다”면서 “환자가 버티는 경우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사회복귀를 평가지표로 삼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시범사업 대상질환과 입원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분당러스크재활전문병원 김현배 원장은 “재활치료를 하면 회복이 가능한 환자임에도 회복기 재활현장에 갈 수 없는 환자가 있다”면서 “그 이유는 질환중심의 사고 체계 때문이다. 우리는 기능저하가 많이 발생하는 질환과 질환군만 보험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재활은 무조건 기능 중심의 사고 체계로 가야하고, 질환군에 관계없이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호전 가능 여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면서 “재활이 필요한데도 회복기 재활병원에 입원할 수 없는 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질환군을 대폭 확대하고 질환별 기능수준에 따른 대상군과 입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복기 재활이 학문적 개념이 아닌 진료 현장에서 출발한 만큼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어렵게 장애인건강법에 근거를 마련해 시행한 시범사업인 만큼 시범사업 평가 연구결과를 토대로 인구 고령화 등 회복기 재활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본 사업 모델을 충실히 만들어 성공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재활의료전달체계 부분도 자문팀을 구성해서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한편,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상 질환을 확대하는데 있어 비용효과성을 고려한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수가적 측면을 지원하는 게 복지부의 임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 수가는 비용대비 효과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재활, 특히 회복재활 관련해서 일반병원이든 요양병원이든 건강보험 재정 상당히 나갔지만 이에 비해 기능이 얼마나 회복됐느냐에 의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대상 질환(확대)은 그런 측면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2단계 수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수가에 대해선 “환자 구성에 의해 실제 의료기관에 손해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은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을 활성화시키고 이게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변동 가능하다”고 했다.

또 전문병원제도와 회복기 재활병원제도의 통합은 현장의 무리가 없도록 시간을 두고 진행하는 한편, 방문 요양을 통한 재활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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