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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불결한 위생으로 한해 만명이 죽는 캄보디아'인턴기자의 캄보디아 탐방기'③ 농촌 지역 60%만이 깨끗한 물에 접근 가능
  • 윤원섭 학생인턴기자
  • 승인 2019.02.12 12:37
  • 최종 수정 2019.02.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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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로 봉사를 다녀온 것만 3번째다.
매 방문마다 캄보디아가 빠르게 성장 중인 나라임을 실감한다. 이전에는 없던 고층건물과 쇼핑몰이 세워지고, 스타벅스도 드디어 들어섰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바라보면 기분이 꽤 씁쓸하다.

왜냐하면 거리의 아이들은 여전히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고, 여전히 나는 아이들에게 양치질이나 손씻기와 같은 위생 교육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봉사단이 방문한 오마누억 초등학교(Omneas primary school)는 시엠립 도심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야 나오는 곳이다.

수평선 너머로 한없이 이어진 망고 농장 사이로 보이는 오마누억 학교는 캄보디아의 전형적인 시골 학교다. 학생들은 넘쳐나지만 부족한 교사 수로 인해 오전/오후 반으로 나눠 2교대 수업하는 모습이나 필기구나 책이 부족해 옆에 있는 친구와 같이 써야 하는 모습은 흡사 6.25전쟁 직후 우리나라 콩나물교실과 똑같다.

7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건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 모두에게 양치세트가 주어졌고, 한국에서 온 선생님들은 앞에서 연신 “쁘담 크뇸”이라는 말을 외쳐댔다. 크메르어로 “나를 따라하세요”라는 말에 아이들은 하나둘 위 아래로 칫솔질을 반복했다.

아이들은 양치질을 매워했다. 딸기맛이라는 큼직한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매운 치약 맛에 아이들은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연신 ‘뜩(물)’을 외쳤다. 우리의 손은 아이들에게 물을 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그 와중에 회의감만 몰려왔다.

양치질 수업을 따라하는 오마누억 초교 아이들

캄보디아에서 우리 보건위생팀의 활동은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밖에 나갔다 오면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는 이유와 3.3.3법칙을 알려주고, 내용에 맞춰 놀이 형태로 아이들과 50분 정도 위생 수업을 진행하면 됐다.

머나먼 캄보디아까지 와서 고작 가르치는 것이 양치질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대부분 했다. 우리들의 자기합리화였다.

이곳에서 당연하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위생 시설이 가장 불량한 나라 중 하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만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설사 관련 질환으로 죽는다. 또한 오염된 물이나 위생 문제 등을 이유로 캄보디아에서만 해마다 1만명이 죽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마저도 최근 개선된 수치다.

손씻기만 잘해도 상당수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양치질을 무조건 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보건 지식을 캄보디아 사람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물이다. 위생과 직결되는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이 캄보디아는 여전히 최악이다.

분쟁은 캄보디아의 모든 것을 퇴보시켰다. 크메르 루즈 정권 아래 의료진과 위생 전문가들은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상하수도 시스템은 서구의 문물이라는 이유로 파괴되었고, 캄보디아의 전반적인 위생 상태는 과거보다 못한 상태가 되었다.

킬링필드로 붕괴된 상하수도 시스템에 골치를 앓아 캄보디아 정부는 그간 물 관리와 상하수도 정비를 주요 국가정책으로 내세워왔다.

캄보디아 농촌의 경우 '삐엉(물 모으는 항아리)'에 빗물을 받거나, 물을 길러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현재 도시의 경우 인구의 85%가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농촌의 경우 얼마 전에야 60%를 달성했다. 이마저도 수도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농촌 지역의 상당수는 여전히 빗물, 우물물, 연못물을 식수나 생활용수로 이용하고 있다.

화장실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집집마다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워낙에 흔하다 보니 농촌 지역에서 노상방뇨는 다반사다. 배뇨로 인한 하수오염이 심각해지다 보니 캄보디아 산업부 장관이 2025년까지 농촌 지역 화장실 보급률 30% 달성을 목표로 세웠을 정도다.

오마누억 초교 아이들이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열심히 양치질을 하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오마누억 마을도 위생 시설이 열악했다. 내전 당시 지뢰 피해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이 마을에 우물이 들어온 것은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강이나 연못에서 물을 길러오느라 힘들었다고 몇몇 주민들은 불편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그나마 이것도 해외 원조 덕분에 상황이 나아진 것이라는 게 그들의 말이다.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화장실이 없는 곳이 태반인 캄보디아에서 불결한 위생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악화만 계속 반복되고 있다.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캄보디아에는 더 많은 의사와 위생 전문가들이 필요한 것만은 확실하다.

윤원섭 학생인턴기자  wonsuby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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