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센터장, 공무원 자격 잃으면서 산업재해보상으로 처리될 가능성 높아
국민연금 기준으로 유족연금 지급…“전공의, 경찰 수사결과 나와야”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피살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길병원 전공의와 국립중앙의료원(NMC)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환자 곁을 지키다 목숨을 잃으면서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의사들의 사망 원인이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 유지돼온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있음이 드러나면서 이들이 과연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지난 10일 영결식을 마친 윤한덕 센터장의 경우 25년의 의사 생활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학병원 의사의 8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월급으로 전업주부인 아내와 군복무중인 큰 아들, 고등학생인 아들과 넉넉하지 않게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지면서 윤 센터장을 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윤 센터장의 경우 지난 2010년 국립의료원이 정부 기관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며 공무원 신분을 포기한 탓에 국가유공자 지정 조건에도 맞지 않아 유공자로 지정되기 쉽지 않다. 다만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이 특수 국가유공자 지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유공자 지정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보상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재해보상법'이 아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게 된다. 유족연금도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이 아닌 국민연금 기준이 적용된다.

현재 국민연금 유족연금은 사망자가 받아야 할 연금의 40~60%만 준다. 그에 반해 공무원 유족연금은 60%를 보장한다.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을 동시에 받는 중복지급률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중복지급률이 30%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50%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이 훨씬 더 크다.

현재로서는 윤 센터장의 경우 산재로 인정돼 산재보상법에 따라 적용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업재해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 신분의 재해 본인 또는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를 제기하면 공단본부에서 심리 및 결정을 하게 된다.

산재로 인정될 경우 유족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 받을 수 있다. 유족급여는 ‘평균임금 365일분의 47%+가산금액’(12등분 매월 지급)이며, 장의비는 평균임금 12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평균임금은 재해발생일 이전 3개월 동안 근로자에 지급된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으로, 최고·최저 보상기준금액은 20만5,686원, 5만7,135원이다.

산재신청은 유족이 제기하도록 돼 있으며, 이에 대해 NMC 측은 "영결식을 막 치른 상태라 아직까지 유가족과 산재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 센터장의 산재 인정여부에 대해서는 인정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복지공단 소속 직업환경의학과 김대호 전문의는 윤 센터장의 사인과 사망 시기를 산재 인정의 근거로 들었다.

김 전문의에 따르면 뇌심혈관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은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판단하게 된다. 현재 서울중부경찰서는 윤 센터장의 1차 부검 결과를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 심장사라고 밝힌 상태다.

김 전문의는 “윤 센터장의 사망은 산재로 무조건 인정될 것”이라며 “다만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시간과 최근에 업무량의 증가가 있었는지, 스트레스가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윤 센터장에 앞서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한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와 36시간 연속 당직을 앞두고 사망한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보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김 전문의는 길병원 전공의에 대해서는 아직 사인이 명확해지지 않은 만큼 경찰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경우에는 형사사건인 만큼 산재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전문의는 “길병원 전공의 사망 사건은 기사로 접했는데 아직 사인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인이 정확히 나와야 역학조사를 거쳐야 할지 여부도 알 수 있다. 그게 구분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뭐라고 답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임세원 교수 사건은 형사사건이고 타살이 명백한 상황이어서 이것이 산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 측에서 사업장에서 이뤄졌다는 사실과 ‘의사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도록 안전관리를 잘못했다’는 주장을 들어 산재를 신청할 수는 있겠으나 최종 판단은 근로복지공단 내 위원회에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센터장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모금운동을 벌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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