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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가족‧동료 슬픔 속에 마지막 길 떠난 윤한덕 센터장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선생님과 계속 비행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
NMC‧응급의학회 “고인 유지 이을 것”…국가유공자 지정 및 모교 내 동상 건립 제안도
  • 최광석 기자
  • 승인 2019.02.11 06:00
  • 최종 수정 2019.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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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센터장이 가족과 동료들의 품을 떠나 영면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오전 9시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대강당에서는 윤 센터장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동료와 가족, 의료계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윤 센터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은 추도사를 통해 그간 윤 센터장이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쏟은 노고를 기렸다.

이 센터장은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숙고하셨던 중앙응급의료센터장직 이임에 대해 한사코 반대한 것을 아직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반도 전체를 들어 올려 거꾸로 흔들어 털어 보아도, 선생님과 같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선생님은 20년간 의료계 뿐 아니라 이 사회 전체의 가장 어렵고 가늠하기조차 불가능한 중과부적의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혀 왔다”면서 “응급의료의 현실이 견딜 수 없이 절망적임을 인지하면서도, 개선의 노력조차 무의미하다는 버려진 섹터를 짊어지고 끌고 나아가야만 한다는 실질적인 자신의 운명과 그럼에도 이 방치된 섹터를 무의미한 채로 남겨놓을 수는 없다는 사명감을 화력으로 삼아 본인 스스로를 태워 산화시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 센터장을 그리스 신화 속의 아틀라스(Atlas)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테메우스의 형제인 아틀라스는 지구 서쪽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며 “자신이 무거운 짐을 받아 내면서 그 하중을 견뎌 내는 아틀라스의 존재로 인해 이 혼란스러운 세상 자체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버텨 낼 수 있다. 선생님은 바로 그 아틀라스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선생님은 번잡스러운 육상 근무를 마치셨지만, 새로운 임지를 한반도의 하늘로 정하신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선생님께서 만들어 주신 항공의료체계에 종사하는 저를 비롯한 항공의무대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선생님과 함께 하고자 한다. 응급의료 헬리콥터 내에는 선생님의 비행복을 항시 준비 할 것이며, 선생님이 타 기체와 혼동하시지 않도록 기체 표면에는 선생님의 존함과 함께 콜사인인 아틀라스를 크게 박아 넣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앞으로도 선생님과 함께 계속 비행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제 육상 근무의 시름은 잠시 접어 두시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날리시던 무선조종 기체들을 조종하시면서 비행 감각을 유지하시길 부탁드린다. 창공에서 뵙겠습니다”라고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과 대한응급의학회 조준필 회장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최상의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 원장은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는 나라’, 간단해 보이는 이 명제 하나를 숙제로 당신이 해왔던 일들을, 그 가늠할 수 없는 고민의 크기와 깊이를 세상은 미처 좇아가지 못했다”면서 “60년 된 낮은 건물, 네 평 남짓 집무실에서 쌓아온 당신의 시간을 우리가 미쳐 잡아주지 못했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선생을 잃은 지금 이 순간이 한스럽다”고 토로했다.

정 원장은 이어 “이제는 답답하고 힘들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하늘의 보금자리에서 우리를 지켜봐달라”면서 “당신이 닦아온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원 곳곳에 담겨진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면서 선생이 남긴 숙제를 묵묵히 이어가겠다”고 했다.

조준필 회장은 윤 센터장에 대해 “국가 중앙응급의료 정보망 구축, 응급의료기관 평가, 응급의료 전용헬기 도입, 응급의료 종사자 전문화 교육, 재난응급의료 상황실 운영 등 우리나라 응급의료 도입기에서부터 오늘까지 선진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진정한 리더”라고 평했다.

이어 “응급의학회는 윤 회원의 응급의료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 숭고한 정신을 받들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응급의료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모든 회원들의 역량을 모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도 “당신이 생전에 입버릇처럼 하던 ‘병원에서 실수하면 몇 명의 환자가 죽지만 우리가 실수하면 몇 백 명, 몇 천 명의 국민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겠다”면서 “센터장님이 일궈놓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당신의 뜻을 받들어 항상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웃음이 그립다. 내일부터의 일상에 센터장의 부재가 확연해질 게 두렵다”면서 “언젠가 다시 당신을 만나게 된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 드리고 싶다. 그동안 윤한덕이라는 좋은 분을 제 직장 상사로 모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하며 추도사를 끝맺었다.

전남의대 응급의학과 허탁 교수는 윤 센터장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과 모교 내 동상 건립을 제안했다.

허 교수는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가 발전했다면 국가와 국민은 윤한덕 센터장에게 감사하고, 그에게 국가 유공자로 보답해야 한다”면서 “또 윤한덕 센터장이 젊은 날 공부하며 꿈을 키운 모교 교정에 동상이 세워져서 그의 후배들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공부하고,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것을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추도사가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유가족 대표로 추도사에 나선 윤 센터장의 장남 윤형찬 군은 “먼저 원활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도와준 친인척, 의료원 관계자, 아버지와 함께 일하셨던 동료 분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아버지 죽음을 같이 애도하고 슬퍼해준 국민 여러분에게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윤 군은 이어 “아버지가 당당하고 성실하게 사셨던 만큼 주위에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진심으로 행복하다”면서 “아버지가 가족에게 늘 미안함을 가지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이해한다. 더 이상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덧붙여 “응급 환자를 제 때 제대로 치료하고자 하는 아버지의 평생 꿈이 아버지를 통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추도사에 이어 참석자들은 헌화를 하며 윤 센터장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또 영결식이 끝난 후 윤 센터장이 근무하던 중앙응급의료센터 건물을 한 바퀴 순회했다.

그리고 오전 11시경 윤 센터장의 시신은 장지인 서울시립승화원으로 향했다.

최광석 기자  cks@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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