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 A교수 “전파 고리 놓치고 있는 것 같아…질본, 전문가와 정보 공유 안해”

전국이 홍역 공포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 방역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 데이터 등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원인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A교수는 지난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질본은 (바이러스가) 외국에서 유입돼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하지만 그 설명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고민스러운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A교수는 “(바이러스 유형이)D8형과 B3형이 같이 돌고 있는 것을 볼 때 일단 외부 유입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무언가 딱 부러지게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어디선가 전파 고리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해외유입이라 하더라도 한 번에 노출돼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양상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질본이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확산 원인을 확인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A교수는 “구체적인 원인을 확인하려면 환자들의 감염 경로와 유전형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 정보를 못 받아보고 있다”면서 “(질본이 왜 공개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번 회의에서도 대구에서 발생한 사례 중 환자로 등록해야 하는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 정도만 알려주고 실제 역학조사 데이터는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역학조사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아 일반적인 방역 모니터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게 아니면 (현재 상황이)설명이 안 된다”고도 했다.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홍역은 치료제가 있는 게 아니기에 접촉자를 빨리 찾아내서 관리를 하고 고위험군들에 대한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 별 다른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한편 질본은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홍역 첫 환자가 신고 된 후 1월 21일 오전 10시 현재 총 30명의 홍역 확진자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질본)

지역별로는 전국 5개 시도에서 홍역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집단 발생은 2건 27명, 산발사례 발생은 3명이다.

특히 집단 발생한 대구, 경기(안산·시흥지역) 유행은 홍역 바이러스 유전형이 다르고,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아 각각 다른 경로로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 홍역환자 바이러스 유전형은 주로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유행 중인 B3형이며 경기도는 D8형이다.

산발적으로 발생한 3명은 각각 베트남, 태국, 필리핀 여행 후 홍역 증상이 발생해 해외 유입사례로 판단하고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접촉자 조사 및 조치를 취하고 있다.

환자 연령대는 만 4세 이하 15명, 20대 9명, 30대 6명이며, 해외 여행력 있는 산발 사례 3건 모두 30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