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망 원인, 과실에 있다"…의료진, '꼬리자르기식' 병원에 서운함 내비치기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유족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 전원에게 금고형을 구형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합의부는 지난 1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이대목동병원 교수(가운데)와 의료계 관계자들

이 자리에서 피고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전공의 A씨는 “신생아 중환자 근무 전공의로서 환자 4명이 사망한 데 대해 유족에게 사과하고 싶다”면서 “사실 전공의 위치이기 때문에 사고 이후 병원 통제를 받았고, 독단적인 연락 방법도 없어, 기사로만 확인했다.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환자들을 갑작스럽게 잃은 상황이 당혹스러웠고 원인이 궁금했다”면서 “정신적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고, 사건 당일에 대한 생각만 되풀이 되면서 12월 16일에 멈춰있다. 이제는 환자를 보기가 무섭고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다만 “내가 한 것에 대해 안했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답답한 것은 내가 하지 않은 것과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추궁하고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이라며 “그래도 열악한 상황에서 환자의 곁을 지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B교수는 “소중한 아이들을 살려내지 못했고, 유족의 마음에 큰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면서 “4개월 동안 방 안에서 말도 안하고 밥도 못 먹고 지내다 신분증 하나만 들고 나왔는데 법정구속 됐다. 내가 죽고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구치소에 두 달 넘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기도 밖에 없었다. 아무리 기도한다고 해도 유족의 상처가 아물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교수는 이어 “수사를 받은 과정보다 힘들었던 것은 의사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던 30년 삶이 다 무너져버린 것”이라며 “평생 4명의 아이를 마음에 두고 어떤 방법으로든 아픈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약속해 지금은 힘들어도 그냥 일하고 있다. 아픈 아이들을 잊지 않게, 그동안 못한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의사, 간호사로서의 소명할 수 있게 선처해 달라”고 했다.

C교수도 “신생아 중환자실이 천직이라고 생각했는데 감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유족에게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간호사 D씨는 “이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해도 변명 같아 하지 않겠다”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다만 아기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간호사 E씨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유가족에게도 마음의 고통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F교수는 “유족을 보는 게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면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위로 받지 못하고 무슨 말을 해도 상처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따로 말씀드리기 두렵고 죄송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F교수는 이어 “지금 피고인으로 앉아있지만 두 아이 엄마고 신생아를 진료 해 온 의사로서 동시에 4명의 환아가 사망한 것은 큰 고통”이라며 “1년 정도 신생아 진료 현장 떠났는데 다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고도 했다.

‘의료진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유족 대표의 증언에 대해선 “최선을 다했는지 안했는지 의료진 입장에서 말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 당시 소홀한 점이 있었는데 면밀히 생각할 때 진료상 소홀한 점은 없었다”면서 “하지만 전공의 이탈도 있었고 시스템적으로 유족들이 소홀했다고 느낀 것에 대해 마음 많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대목동병원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냈다.

F교수는 “유족 대표가 ‘사과하는 자리가 없어 섭섭하다’는 말을 했는데 사건 직후 병원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나를 버렸다”면서 “의료원장은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발표를 했고, 부원장은 보호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했다. 기조실장은 빨리 변호사 구하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또 “정신과 입원치료 후 유족과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병원이)‘지금 유족을 만나는 건 위험하니 만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재판을 방청하던 유족도 피고인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검찰은 신생아들 사망 원인은 의료진 과실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하며, 피고인 전원에게 금고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사건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의료시스템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공판에서 살펴보면 의료진이 감염에 대한 기본적 수칙조차 지키지 않았기에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며 “수가가 높아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환자 가족은 의사나 간호사의 말을 절대덕으로 신뢰했지만 사건 이후 누구도 아이들의 사망원인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다”면서 “증인심문 과정에서 피고인 중 한 명이 ‘당신 때문에 내가 구속됐다’고 소리쳤던 걸 기억한다. 그렇다면 태어나자마자 작고 작은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나오지 못한 아이들의 삶을 누가 책임져야하는가. 어느 누가 출산이후 아이들을 안아주지 못한 부모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공판 내내 피고인과 변호인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아이들의 사망 원인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제3의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면서 “감염 수칙을 지키지 않고 관리감독을 안한 것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관행이었다’는 변명 뒤에 숨아 책임을 가지고 사건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교수와 F교수에는 각각 금고 3년을, C교수와 간호사 D씨에게는 각각 금고 2년을, 전공의 A씨와 간호사 E, G씨에게는 각각 금고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들의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감염원인이나 감염경로는 무엇인지, 피고인들의 행위나 태도에 과실이 있었는지, 과실이 있다면 과실과 피해자들의 사망원인이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이라며 “법원에서 잘 검토해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 규범적으로 판단하겠다. 다만 판단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다”고 말했다.

선고일은 오는 2월 21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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