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맞춤형 모의 인터뷰 진행되는 ‘미국에서 의사하기’ 워크숍…26~27일 연세의료원서 열려

미국에서 의사로 살면서 자리를 잡은 ‘한국 의사’들이 그 노하우를 전수하러 온다. 미국에서 의사로 생활하는데 관심을 보이는 후배들은 자신들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강현석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의대 혈액종양내과 부교수, 박찬왕 Anesthesia Consultants of Indianapolis, LLC 최고정보관리책임자(마취과 전문의), 전혜영 뉴욕의대 응급의학과 조교수, 조도연 앨라배마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조교수는 신문 청년의사와 연세의대가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하는 특별컨퍼런스&워크숍 ‘미국에서 의사하기’에 연자로 참석한다. 이번 행사는 사실상 이들이 주도해서 마련됐다.

이들은 미국 의사에 대한 한국 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정확하고 실효성 있는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컨퍼런스와 함께 워크숍을 준비했다. 일반적인 강의처럼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 포괄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면 소규모 그룹별로 진행되는 워크숍에서는 참석자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의사를 하려면 ‘인터뷰’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전공의 수련뿐만 아니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직장을 구할 때도 인터뷰는 필수다. 하지만 “영어만 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력서(Curriculum Vitae, CV)나 자기소개서(Personal Statement, PS)에 들어가는 내용부터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인터뷰 분위기와 질문도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의사’ 4인방이 소규모의 워크숍을 제안한 이유도 짧게나마 ‘미국식 인터뷰’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최대 6명씩 참여하는 워크숍은 1대 1로 인터뷰를 진행한 뒤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워크숍 참석자들에게 사전에 CV나 PS를 받아서 이를 검토하고 의견을 줄 계획이기도 하다.

“미국 의사들도 인터뷰 준비에 많은 시간 할애”

이번 행사를 처음 제안한 박찬왕 CIO는 27일 진행되는 워크숍을 위해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인터뷰어들을 정리해 직접 연기할 준비도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가 매우 중요한데 이는 문화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어를 잘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그 차원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며 “레지던트 인터뷰 등 특화된 부분이 있어서 미국 문화권에서 온 영어교사의 도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상 질문과 모범답안을 외우는 식으로 인터뷰 연습을 하는데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인터뷰가 많다. 그런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원포인트 레슨이 필요하다”며 “이런 저런 스타일의 인터뷰어를 만났을 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지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어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해보면 그 자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석 교수는 “처음 레지던트를 지원할 때 그곳에서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몰라서 실수를 많이 했다. 한국에서 익숙한 면접과도 다르고 영어만 잘한다고 인터뷰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도 힘들다”며 “일반적으로 너무 겸양을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만 피력하는 것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워크숍 참여자별로 모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피드백을 줄 계획이다. 그는 “모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모아 놓고 인터뷰 잘하는 법을 강의할 수는 없다”며 “소규모 워크숍을 하면서 지원자 상황에 맞춰 어떻게 인터뷰에 접근하는 게 좋을지 피드백을 주면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혜영 교수는 워크숍을 통해 “개인맞춤형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집고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뉴욕의대 Core Faculty로 매년 레지던트 인터뷰와 선발 과정에 참여했으며, 미국 여러 수련병원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다.

전 교수는 “미국 인터뷰는 한국과 분위기나 질문 등 여러 면에서 다르다. 언어 장벽을 넘어서서 답변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국 지원자들도 인터뷰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으며 실제 인터뷰 전 모의 인터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조도연 교수는 “내 경험상 영어만 잘한다고 인터뷰를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 준비 과정이 필요하고 많이 연습할수록 더 잘 할 수 있었다”며 “소규모로, 실제와 같은 상황에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게 인터뷰에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미국 레지던트 지원뿐만 아니라 의대생이나 의사로서 영어로 인터뷰를 해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한국에서 제대로 된 영어 모의 인터뷰를 연습하기 힘들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만나서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강현석 교수, 박찬왕 CIO, 전혜영 교수, 조도연 교수.

한국과는 다른 CV와 PS…“‘훈련된 겸손’ 버려라”

이들이 별도 워크숍을 통해 미국 의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려는 이유에는 한국과 다른 미국의 CV, PS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미국에서 전공의 지원을 하는 한국 의사들이 CV나 PS 작성 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로 ‘겸손’을 꼽았다. 이는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다.

전혜영 교수는 “미국 PS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는 내용이 주가 된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왜 원하는지, 그것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PS는 지원자 본인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부분이기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그러나 “한국인은 너무 겸손하다.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이 중요한 게 한국 사회지만 미국에서는 십중팔구 가만히 있는 가마니가 될 것”이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센스 있게 알릴 수 있는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찬왕 CIO도 “한국인의 ‘훈련된 겸손’을 지적하고 싶다. 겸손은 세계 어디에서나 중요한 덕목이지만 ‘표현하지 않고 알아주길 바라는 자세’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며 “얼마나 세련되게 자신의 능력과 자신감을 거부감 없이 표현할 것인가라는 어려운 과정을 돌파해야 한다. 만약 그 절묘한 지점을 찾기 어렵다면 차라리 겸손을 버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현석 교수는 “미국 CV는 한국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적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보다 CV 자체가 하나의 테마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의 도구가 될 수 있으면 좋다”며 “이상적으로는 CV와 PS를 상호보완적이면 좋을 것이다. CV와 PS에서 받은 인상이 인터뷰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대로 준비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한국인 지원자들은 CV에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경력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대단한 수상 경력이나 활동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부각하고 싶은 인상에 도움이 된다면 기재하는 게 좋다”고도 했다.

조도연 교수는 “왜 한국을 떠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여기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간혹 논쟁거리나 정치적인 문제를 PS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주의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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