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고(故)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으로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 10명 중 5명은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시행된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일부 결과를 지난 7일 공개했다.

전공의들에게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환자 보호자로부터 폭력(폭언, 폭행, 성폭력 등)을 당한 적이 있냐’고 묻자, 응답자 3,999명 중 1,998명(50%)이 ‘그렇다’고 답했다.

진료 과별로 폭력 노출 빈도를 조사한 결과, 응급의학과가 87.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뒤를 신경과(66.3%), 성형외과(64%), 피부과(59.3%) 등이 이었다.

산부인과의 폭력 노출 빈도가 46.3%로 가장 낮았으며, 그 다음이 외과(47.2%), 소아청소년과(51.4%), 안과(51.6%) 등의 순이었다.

특히 환자 및 보호자의 폭력으로 인해 진료 수행에 어려움을 경험한 전공의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 6개월 간 환자 및 보호자의 폭력으로 인해 진료 수행이 어려웠던 적은 몇 회냐’고 묻자 평균 4.1회라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

폭력 노출 빈도가 높았던 응급의학과의 경우 최근 6개월간 12.7회라고 응답했으며, 비뇨의학과 5.3회, 안과 4.4회 등이었다.

‘최근 6개월간 환자 및 보호자의 폭력으로 인해 근무 복귀가 힘들 정도의 상해를 입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전공의 40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대전협 서연주 홍보이사는 “설문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 병원에서 환자 및 보호자와 가장 많은 시간 접촉하는 전공의들 또한 다양한 폭력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이사는 “인턴 근무 당시 폭력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며 “안전한 진료 환경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는 가운데 전공의 안전을 위한 예방책 또한 함께 고려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수련하는 전공의 입장에서 고인의 비보를 접하고 슬픔과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며 “환자의 진료권과 의사의 안전권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안전한 진료 환경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결과는 고려대학교 의학통계학교실(책임교수 안형진)의 통계학적 검증 및 분석 과정을 거쳤다. 최종 결과는 오는 18일 메디스태프 및 닥터브릿지 웹사이트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