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뜰까①…적응증 확대하며 존재감 드러내는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세계 최초, 국내 최초, 퍼스트 제네릭 등 제약사가 의약품 출시를 알릴 때 많이 언급하는 단어 중 하나가 ‘최초’다. 이는 의약품 시장에서 ‘선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의약품은 환자에게 한번 처방이 이뤄지면 변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 제품을 내놓는 제약사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한다. 지각변동을 노리는 ‘후발주자’들은 어떤 약들이 있는지 <'이 약' 뜰까>라는 코너를 통해 소개한다.

현 시점에서 면역항암제가 항암 치료의 ‘대세’라는 점에 이견은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등 일부 암종에선 1차 치료제로의 효과를 입증했으며, 대장암·간암·위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역항암제 시장은 한국MSD의 ‘키트루다’와 한국BMS의 ‘옵디보’가 이끌고 있다. 이 두 제품은 각각 2015년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적응증으로 국내에서 허가를 받고, ‘면역항암제’를 알리는데 일조했다. 이에 앞서 한국BMS의 ‘여보이’가 허가를 받았으나, 이 제품은 국내에선 환자가 많지 않은 흑색종을 적응증으로 해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뒤는 한국로슈의 ‘티쎈트릭’,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가 쫓고 있다. 티쎈트릭은 2017년, 임핀지는 지난해 말 각각 요로상피암,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 중 티쎈트릭은 적응증을 빠르게 확대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티쎈트릭은 요로상피암 허가를 받은 해에 곧바로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을 추가하고 지난해에는 두 적응증에 보험급여까지 인정받았다. 비소세포폐암과 관련해 보험급여가 인정된 면역항암제는 티쎈트릭, 키트루다, 옵디보 세 제품 뿐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확장기 소세포폐암, 삼중음성유방암 등에서 효과를 입증하면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된 확장기 소세포폐암 1차 치료 환자 403명을 대상으로 티쎈트릭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3상 임상시험 ‘IMpower133’ 결과, 티쎈트릭+카보플라틴+에토포시드 병용(이하 티쎈트릭 병용) 요법은 대조군(카보플라틴+에토포시드) 대비 사망 위험을 30%(OS 중앙값: 티쎈트릭 병용군 12.3개월, 대조군 10.3개월) 감소시켰다. 티쎈트릭 병용군의 PFS(중앙값)는 5.2개월로 대조군의 4.3개월보다 질병의 진행 및 사망위험이 23% 감소했다. 이 연구는 NEJM에도 게재됐다. 확장기 소세포폐암은 치료 예후가 나빠 생존기간이 약 10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삼중음성유방암 1차 치료 환자 902명을 대상으로 티쎈트릭의 효과와 안전성을 연구한 3상 임상시험 IMpassion130 결과, 면역항암제 최초로 PD-L1 양성 삼중음성유방암 1차 치료에서 의미 있는 PFS(중앙값)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티쎈트릭+아브락산 병용(이하 티쎈트릭 병용) 요법은 PD-L1 양성(면역세포의 PD-L1 발현 비율 1% 이상)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대조군(아브락산) 대비 38% 감소시켰다(PFS 중앙값: 티쎈트릭 병용군 7.5개월, 대조군 5.0개월). 다만 PD-L1 발현 양성인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서 티쎈트릭 병용군의 OS(중앙값)는 25개월로 대조군의 15.5개월과 비교해 개선됐으나, 중간평가에서 임상적 유의성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또 바이오마커를 기준으로 IMpassion130을 추가 분석한 결과, 삼중음성유방암에서 티쎈트릭 병용 요법의 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바이오마커는 면역세포(Immune cell)의 PD-L1 발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로슈 측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는 면역세포에서의 PD-L1 발현 검사를 통해 티쎈트릭 병용 치료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티쎈트릭은 PD-L1 양성 삼중음성유방암 1차 치료에서 의미 있는 PFS 개선을 확인한 최초의 면역항암제”라고 강조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15%에서 발생하며, 유방암 중 가장 공격적인 유형으로 표적항암제의 혜택을 받지 못해 평균 생존율이 12~15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티쎈트릭의 연구를 근거로 삼중음성유방암(11월), 확장기 소세포폐암(12월)에 대한 적응증 확대 안건을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두 적응증에 대한 최종 결론은 오는 3월 중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