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ODA 경험 활용 필요” vs 한의협 “ODA보다 경제협력 방식이 효율적”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 방안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이견을 보였다.

의료계는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남북한의 보건의료 협력을 추진하자고 주장한 반면, 한의계는 남과 북이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경제협력 방식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지난 27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제1차 남북 보건복지 민관협력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의사협회 최재욱 남북협력위원장은 남북경협기금과 민간단체들이 주도하는 과거 방식을 벗어나 ODA를 통한 협력 전략을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남북 보건의료 협력은 여전히 UN과 미국 주도의 강력한 제재 하에 제한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보건의료를 포함한 북한의 사회경제개발은 대규모의 투자와 장기적인 정책 하에서 실시돼야만 가능하며, 이러한 관점 하에서 국제제재 완화, 미국과 북한과의 수교, IMF 가입, 양자 간 그리고 다자간 개발협력 및 해외직접투자 개방 등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기적인 계획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남북 보건의료 협력사업을 설계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철학과 이론이 빈곤하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갖는 정치적 헌법적 위치의 특수성으로 인해 ODA의 개발 이론과 경험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 남북경협기금과 민간단체들이 주도하는 과거의 지원 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양자 간 혹은 다자 간 협력사업들과 투자 재원의 확보와 집행은 ODA체제 하에서 가능하며 예외적일 수 없다”면서 “현재 북한 민간투자나 상업차관의 유입 가능성이 매우 낮다. 비핵화 완료와 대북 제재 해소, 기초인프라 구출 및 세계은행 가입에 따른 자금 도입이 가능케 되기 이전에는 국제공적재원과 ODA 자금 유입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동안의 ODA 개발협력 경험을 활용하고 국제규범적 보건의료 개발협력목표와 북한의 정책 목표를 고려해 ‘2020~2025 중기 남북의료 협력전략’을 수립한 이후 구체적인 세부 이행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반면 한의계는 남북한 양쪽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경제협력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참여정부 때 이미 대북 사업을 많이 했지만 그 당시 의협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은 전부 ODA였다”면서 “북한 의사를 가르치고 병원 시설을 현대화했으며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기부했다. 말은 호혜적 협력이고 상호존중이었지만 사실 일방적으로 주는 게 다였고 북쪽에서 가져오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의계는 ODA가 아닌 경제협력을 위해 노력했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북한이 고려의학을 자국 내에서 활용하는 방식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거꾸로 가져오기 바빴다”면서 “일례로 전 세계에서 개성 인삼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그런 좋은 약재를 가져오면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 지금 남쪽의 한약재는 전부 소규모로 재배·유통되는데 만약 북쪽에서 대규모로 한약재를 생산하고 그것을 남쪽으로 가져오면 한약재의 유통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일들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북측은 임상현장에서 고려의학과 신의학을 배합 치료하는 게 당의 정책”이라며 “고려의학연구원에 외과연구소가 있는데 거기서는 고려의학을 외과적 수술이나 처치에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양한방 협진을 통한 임상 데이터가 풍부했고 우리가 가져올게 더 많았다”고도 했다.

이에 앞으로의 남북 교류협력에 있어 실질적 이익을 파악하는 동시에 이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한다는 것.

최 회장은 “남북 교류협력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토균형 발전이나 보건의료가 가지는 외부효과 등으로는 불충분하다”면서 “실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집중해야 하고 그 이익을 국민에게 설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하는데 있어 북한이 가진 특성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제도적 측면에서 북측은 강력한 일차의료시스템, 예방의학 중심, 호담당의사제를 가지고 있고 (의료)기관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으로 의료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북쪽 보건의료시스템이 남쪽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가지고 오고 또 북측을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써서 실제 그런 제도가 적용됐을 때 어떠한 장단점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는 면허 제도가 이원화 돼 있어 상호갈등이 굉장히 크고 국민들이 불편하는 것은 물론 학문의 융복합 발전도 저해된다”면서 “북쪽에도 고려의사가 있고 신의사가 있지만 그들의 면허범위는 동일해 사실상 일원화 돼 있다. 우리도 이원화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북측 사례를)참조한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실질적인 호혜적 협력과 상호 존중을 위해서는 ODA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북쪽에서 가져올 것과 배울 것을 조금 더 구체화해야 한다”면서 “그것을 토대로 남남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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