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2012년,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운영금지조항 운영상 나타난 문제들

문재인 케어’의 취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자는 것으로, 취지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국가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건강보험제도 및 의료정책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원칙에 따라 수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 연재에서는 그간 문제가 되었던 사례들을 중심으로, 문재인케어 시대에 법률적 정비가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

2012년, 의료법에 이 조항이 도입된 후 6년,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지난 글에서는 지금까지 전개된 소송 및 행정처분의 내용을 종합 정리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조항의 위헌성 및 운영상 발견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 심리 중

가장 먼저 불거진 문제는 위헌 논란이었다. 최초로 기소된 T병원 사건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2014. 5. )을 한 이래 다른 사건에서도 뒤따라 헌법소원이 진행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사건 심리는 서면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헌법재판소가 중요하게 다루는 사건이나 여러 분야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경우, 공개변론기일을 열기도 한다. 이 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공개변론기일(2016. 5.)까지 진행하며 양 측의 의견을 듣고 재판부에서 궁금한 사항을 직접 질의하기도 했다.

청구인이 주장한 위헌의 이유는 단순하다. 의사의 복수 의료기관 운영을 막는다고 이 조항의 입법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법률 개정 당시의 입법목적은 ‘불법 의료행위 근절’을 통한 의료의 공공성 제고였다. 또한, 불법 의료행위란 구체적으로 ‘면허대여, 환자유인행위, 과잉진료, 위임치료’였다. 만약, 의사가 여러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여하는 경우, 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증가한다는 근거가 있다면 법률로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어떤 통계나 연구 결과로도 증명된 바가 없다. 의사가 1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더라도 환자유인행위나 과잉진료가 문제되는 것은 마찬가지고, 면허대여행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속칭 ‘사무장병원’에서 주로 문제되는 행위이다. 또한, ‘위임진료’란 오직 치과 분야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로서 무면허의료행위를 의미하는데, 이조차 의료기관을 한개 운영하는지, 여러개 운영하는지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의료기기 판매사원의 대리수술 논란만 보더라도 복수 운영 의료기관에서 특히 빈발하지 않는다. 즉, 이 조항이 지향하는 ‘불법 의료행위 근절’이라는 목적 자체는 참으로 합당하지만, 이 조항이 시행된다 하여 목적을 달성한다는 보장은 없이 개인의 기본권만을 침해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공개변론에서도 이 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지적을 했고, 재판관들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 의사의 복수 의료기관 운영과 불법 의료행위 증가 사이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자료가 있으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관한 실증적 자료는 여전히 제출되지 않고 있다.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개별 불법행위를 적발하여 처단하면 되는 것임에도 근거 없이 의사가 복수 의료기관 운영에 관여하면 불법행위가 증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형사처벌은 물론, 해당 의료기관에서의 진료에 대한 대가인 요양급여비용 전부를 환수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비의료인이 개설한 속칭 ‘사무장병원’과의 구별점

의료법은 제33조 제2항에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경우를 ‘사무장병원’이라고 칭한다. 즉, 의사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사무장병원’이라는 칭호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을 금지하는 취지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운영을 주도하게 되면 오직 수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의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진료를 하거나 과잉진료, 환자유인, 무면허의료행위 등을 자행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며, 실제 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의 부당청구금액이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1.5배 이상 유의미하게 높다고 한다. ‘사무장병원’인 경우, 의료기관이 수시로 개·폐원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설명의자인 의사가 고령이거나 중증질병 등 신체적 문제로 실제 진료행위가 어렵기도 하기 때문에정상 의료기관과 구별되는 점들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기관의 청구패턴을 분석, 사무장병원 의심 의료기관을 파악하여 현지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반면, 의료인이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는 주로 의료기관이 명성을 얻어 확장하는 사례가 다수이므로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진료의 주도권도 의사가 쥐게 된다. 따라서 사무장병원과 같은 비정상적인 청구패턴이 발견되거나 운영상 특이사항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단 등이 현지조사를 통해 복수 의료기관 운영을 적발하기보다는 주로 ‘내부고발’로 인하여 수사가 개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뒤집어 보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이 복수운영 외에는 별다른 불법 정황이 없다는 뜻이 된다.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의료기관에는 규제 효과가 없음

한편, 환자유인행위나 과잉진료, 무면허의료행위 등의 현상은 비단 요양급여 진료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성형·피부미용 관련 의료기관 중에서도 의료인이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암암리에 많지만, 이들은 공단의 관심 영역에서 사실상 제외되고 있기 때문에 복수 운영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복수 운영 사실이 적발된다 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되어 벌금 정도의 처벌을 받을 뿐, 요양급여 청구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라는 불이익도 없다. 반면, 필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건강보험진료 비중이 높기 때문에 아무런 불법행위, 과잉진료가 없더라도 오직 의사가 복수 운영에 관여했다는 이유 만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낫게 하고서도 요양급여비용 전액 환수처분을 당할 위험이 놓인다.

의료기관의 개별 불법행위는 마땅히 파악하여 처벌하고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나 목적을 제대로 이루려면 수단이 적절해야 한다. 지금처럼 의사가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 막연히 불법행위가 증가할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해당 의료기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처사는 합헌적인 방향의 규제가 아니다. 의료계에 존재하는 불법행위를 보다 효과적이고 덜 침해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보다 세심한 규제의 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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