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비만 수억대 기계에 수가는 고작 10만원

다사다난했던 2018년, 의료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던 사건들이 많다. 청년의사가 선정하는 ‘10대 뉴스’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슈가 됐던 사건을 ‘언저리 뉴스’로 정리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있는 다인용 고압산소챔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고등학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사고로 우리나라 고압산소치료의 실상이 드러났다.

이번 사고 피해자처럼 의식이 없는 중환자는 보조장치 등이 필요하고 의료진도 같이 들어가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하기에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이 필수다. 다인용이라고 해도 앉아 있는 환자가 기준이어서 10인용 고압산소치료실에도 의식 없는 환자는 2~3명 정도 밖에 들어갈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총 26개소다. 하지만 현재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운영하는 곳은 9개소뿐다. 그마저도 강원도와 부산, 대구, 충남, 경남, 제주 등 6개 시도에만 있다. 가장 많은 인구가 집중돼 있는 서울, 경기, 인천에는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다. 16개 시도 중 울산은 1인용 고압산소치료실도 없다.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병원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이유는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한고압의학회에 따르면 1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설치하려면 2억원, 10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은 1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또한 의사 1명과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1명, 장비 운영자 1명 등 3명이 한 조로 24시간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수가는 환자 1인당 10만원 정도다. 환자 1명을 치료하는데 평균 2시간 30분 걸리는 만큼 ‘박리다매’로 수익을 올릴 수도 없는 구조다.

한 전문가는 “있어서는 안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나마 강릉이어서 다행이었다. 서울이나 경기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도 강릉아산병원이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송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해도 강릉이나 원주로 이송해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