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다음 주 건정심 상정…늦어도 내년 2분기 내 시행 계획
醫 "가입자·시민단체 지나친 간섭 우려…원점 재검토해야"

정부가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키로 했다. 하지만 협의체에서 위원회 구성 등에 문제를 제기해온 의료계가 강행 시 정부와의 건강보험정책 협의 자체를 보이콧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사무소에서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심사체계를 현재보다 세분화하고 전문화한 개선책을 확정하고 이를 건정심에 상정키로 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새 심사체계를 3개의 단계별 위원회 즉, 심층심사기구(Peer Review Committee, PRC), 전문분야심의기구(Super/Special Reivew Committee , SRC), 사회적 논의기구(Top Review Committee, TRC) 등으로 단계적으로 운영하고, 이 중 PRC와 SRC는 정부와 의료계 인사만으로, 최고 기구인 TRC에는 가입자나 시민단체 등도 참여시킨다.

심층심사기구는 지역단위로 구성되며 해당 지역의 청구 경향 및 변이를 확인한다. 다만 심층심사기구에서 이뤄지는 심사가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전문분야심의기구를 둬 이를 조정하게 된다.

전체적인 심사기준 변경이나 심사제도 운영 전반에 관한 논의가 필요할 경우 사회적 논의기구가 이를 심의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와 심평원은 각각 ‘심사체계 개편 TF’와 ‘심사평가체계개편단’을 구성하고 현행 심사체계의 한계점을 분석,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의협을 포함한 보건의료단체들이 참여하는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9월 1차 회의를 열고 내부적으로 논의해 온 개편 방향을 공유했다.

2차 회의에서는 동료의사 심사평가제도안, 의학적 근거중심 심사기준 개선안, 선도(시범)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의협을 제외한 회의 참석자들은 심평원이 마련한 심사체계 개편안과 동료의사 심사평가제도 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9일 열린 3차 회의에서 결국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이 확정됐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중규 과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협의체에서 협의가 완료됐고 다음 주 열리는 건정심에 올라갈 것”이라며 “건정심을 통과하면 빠르면 내년 3, 4월 늦어도 2분기 내에는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 대해 의협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반발하고 있다.

1·2차 회의에서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다른 위원들보다 먼저 회의장을 떠났으며 19일 회의에서도 유일하게 '협의체 회의에서 TRC를 폐지하고, 그 권한을 의료계와 정부가 참여하는 SRC로 이관하거나 TRC를 유지할 경우 가입자 및 소비자 단체를 제외할 것'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의협은 19일 성명을 통해 “TRC에서 논의해야 하는 진료비 심사와 관련된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일 뿐만 아니라, 진료의 자율성 또한 담보돼야 하는 분야이기에 단순히 구색을 맞추기 위해 비전문가인 가입자 및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이는 세계 어느 국가의 제도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건정심에 가입자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진료비 심사와 관련된 TRC까지 가입자나 시민단체가 포함된다면, 자칫 정치적으로 지나친 간섭을 받아 의료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가 이번에도 의료계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협회는 정부에게 더 이상 합리적인 심사체계개편 의지가 없다는 판단 하에 당장 모든 심사체계개편 논의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나아가 모든 의료정책 및 건강보험정책에 있어서 정부의 협조에 대한 보이콧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건강권 및 의료계의 진료권 보호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이는 파업, 폐업, 태업 등 모든 수단이 포함돼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아울러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중규 과장은 “의협에서 전문성 침해를 이유로 TRC를 우려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심사는 PRC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특이한 변이가 발생하는 경우 SRC가 작동한다”면서 “다만 제도를 운영을 하다보면 전문적인 부분이 아니라 재정 등 사회적으로 결정해줄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TRC는 이런 부분을 결정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또 “PRC와 SRC는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추전을 받아 위원을 구성하고 반면 심평원 심사위원 비중은 낮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불리한 구조가 아니라고 보는데 의협이 너무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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