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일영 상임공동대표 “북한, 보건의료 교류 재개 원해”

1989년부터 수십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의사가 있다. 1995년 평양 제3병원, 2005년 정성수액공장 등 북한 보건의료 환경에 변화를 가져온 기반시설이 설립되는 과정에도 그가 있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일영 상임공동대표가 그 의사다.

이 대표는 1969년 연세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재활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아주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대한재활의학회장, 대한척추손상학회장,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초대 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대표가 1980년대부터 북한을 자주 방문할 수 있었던 건 그가 미국 시민권자였기에 가능했다. 1973년 미국으로 간 이 대표는 뉴욕대병원에서 재활의학과 전문의 수련을 받았으며 10여년 동안 미국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 시민권도 취득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일영 상임공동대표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이 대표는 자연스럽게 통일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1989년 열린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북한을 처음 방문했다. 1994년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대북 NGO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현재 동해북부 남북 철도연결 사업을 하는 사단법인 희망래일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을 다녀올 수 있는 신분(미국 시민권자)이면서 의사라는 정체성을 살려 북한 보건의료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평양에 제3병원을 건립하고 정성수액공장을 세워 열악한 북한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경색됐던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이 대표는 지난 10월과 11월 총 3차례 북한을 다녀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5.24 대북제재 조치가 내려진 이후 6년여 만이다. 청년의사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소속으로 지난 11월 21일부터 24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 대표를 과천시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났다. 오랜 만에 찾은 북한은 세월만큼이나 변해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는 게 그가 느낀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5.24 조치로 중단된 남북 교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대표는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로 보건의료 분야에서 중단된 사업이 다시 재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평양 조용기 어린이심장병원(위)과 락랑섬김인민병원 모습.

- 오랜 만에 다녀온 북한은 어땠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차원에서 북한을 다녀왔던 2012년 이후 올해 처음 방북했다. 이번에 가서 보니 북한 주민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평화와 번영을 말하는 그들의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 5.24 조치로 중단된 남북 교류협력 사업도 둘러보고 왔다고 들었다.

5.24 조치 이전에는 보건의료 분야 교류가 활발한 편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모든 교류가 중단됐다. 평양 조용기 어린이심장전문병원은 건물도 완공되지 못한 채 그대로 있었다. 북한 측은 조용기심장병원이 완공되면 모든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센터가 되길 바란다고 하더라. 기아대책이 지난 2006년 착공을 시작해 2008년 완공한 락랑섬김인민병원도 개원하지 못한 채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당시 건물을 지었지만 5.24 조치로 의료장비 등 기자재를 넣지 못했다.

1995년 지어진 제3병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태다. 500병상 규모지만 열악하다. 오래된 장비들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장비 교체가 시급하다.

- 시설이나 장비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 외에도 의료인력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북한 의료인의 자질은 우수하다. 지난 1999년부터 매년 5월 열리는 평양의학과학포럼에 가보면 참석하는 의사들의 수준이 높다. 여건만 좋다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27 판문점 선언 등으로 남북 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경제제재로 하드웨어적인 지원이 까다로운 만큼 오히려 인적 교류를 더 활성화하면 좋을 것 같다.

- 그 외 다른 병원들은 어떠한가?

이일영 대표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남북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철도 연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 지은 병원들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와 있더라. 평양 대동강 주변 문수지구에 있는 옥류아동병원이나 류경안과종합병원, 류경치과병원 등은 시설이 괜찮아보였다. 특히 안과병원은 시설이 좋아서 방북단 중에 안경을 맞춘 사람도 있다.

평양은 많이 발전했다. 문제는 평양 이외의 다른 지역이다. 북한은 도로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철도도 전부 단선이고 침목도 바꿔야 하는데 바꿀 침목이 부족하다. 도로와 철도부터 정비해야 왕래하기 편해질 것이고 그래야 교류도 활발해 진다.

- 동해북부 남북 철도연결 사업을 하는 희망래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남북 철도연결은 혈관을 잇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혈관을 이어야 혈액 순환이 되듯이 남북 철도가 연결돼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동해선은 부산에서 원산까지 이어지는 철길이다. 이 철도가 연결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유럽갈 수 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을 가는 게 아니라 부산에서 유럽을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강릉부터 제진(고성)까지 110km 구간에 철도가 놓여 있지 않다. 이 끊어진 구간이 동해북부선이다.

- 희망래일이 진행하고 있는 ‘침목기증운동’은 무엇인가.

철도를 연결하려면 침목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 지역은 침목을 다 교체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희망래일에서는 동해북부선연결 침목기증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한반도가 혈관과 신경을 연결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남북 평화 공존 뿐이다. 남북 평화 공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자주 왕래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일이다.

보건의료 분야 협력도 교통이 편해지면 더 활발해 질 수 있다. 의료계도 동해북부선연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후원 문의: 02-323-5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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