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020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에 대한 의견’ 통해 “의사 수 부족” 주장 반박
“의과대학 입학정원 감축 및 부실 의대 통‧폐합, 의대 신‧증설 억제” 등 해법 제시

우리나라에 필요한 적정 의사 수는 과연 몇 명일까?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바람직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양성 방안’을 주제로 국회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의료계와 시민단체 및 학계 전문가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의료인력 수급전망’을 주제로 발제한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의대 전체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국내 의사 인력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대 입학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3,6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이후 입학정원은 의사인력 수급 추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연구와 분석을 통해 결정하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경제정의실천연합회 송기민 정책의원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역시 의사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기민 정책의원은 “의대 정원을 3,000명 수준이 아니라 6,000명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임시방편이 될 뿐”이라며 “의사 인력을 대폭 늘리고 권역별 공공의대를 신설해 공공의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기종 대표는 “(의사 인력 확대는) 의료계에서만 반대하고 모든 사람들이 찬성한다. 간호사, 약사 등 보건의료업계 종사자들도 의사 수가 적다고 이야기 한다”며 “의사가 할 일을 간호사들이 하고 있는데 간호사들도 싫어한다. (의사 인력 확대와 관련해) 병원인력이 부족하지 동네의원 의사는 많다는 이야기는 이 논의에 끼워넣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의사들을 위해서라도 의사인력을 확대해야 한다. 수가를 더 준다고 지방에 의사가 가지 않는다”며 “(지방에서 일할 의사 확보 등) 의사들을 위해서라도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에 의료계만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와 그 근거는 무엇일까?

대한의사협회가 작성한 ‘2020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에 대한 의견’에 따르면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할 뿐 아니라 현재 의사인력의 공급과잉 지속 및 향후 의사인력의 초공급과잉이 예상되는 현실과 의사인력 공급과잉 및 경쟁심화에 따른 의료비 상승 및 의료서비스의 왜곡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해 의대 입학 정원 감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먼저 “국가마다 의료 환경 및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성향, 의료제도 등 의료 전반적인 시스템의 차이와 더불어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정부는 OECD Health data에 기반한 단편적인 근거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OECD Health data는 각 나라별 사회·경제적 특성을 배제한 단순 데이터로, 의사인력의 급속한 증가율 및 의사밀도, 향후 인구감소 등으로 인한 부작용 등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한 객관적 지표로 보기에 어렵고 국제데이터(OECD Health data)와 국내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자료제공:의협)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000명 당 임상활동의사 수(공급)는 증가하는데 비해, 임상활동의사 1인당 국민 수(수요)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대 및 의전원 입학정원은 지난 2015년 기준 3,409명으로 파악되나 의학교육의 특성인 유급제도와 휴·복학 등으로 실제 연간 졸업생은 그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우리나라 인구는 2000년 대비 2014년 7.3%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의사 수는 7만2,503명에서 11만2,407명으로 55%나 늘어나 의사인력의 초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자료제공:의협)

아울러 2013년을 기준으로 최근 5년 간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인 0.5%보다 높았으며, 2028년 이후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OECD 회원국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른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만으로 추정) 의사인력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의대 인력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 접근성도 ‘의사 수 부족’ 주장에 대한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의사 밀도’와 ‘의사 접근도’ 측면에서 동일 면적내의 의사수와 의사 1인당 책임져야 하는 면적을 비교해 실제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를 각 국가별로 산출하면 우리나라는 10㎢당 10.44명으로 이스라엘 12.39명, 벨기에 10.67명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이는 동일 면적 내에 의사밀도가 상당히 높아 환자가 의사들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 수를 더 늘리려는 정부 정책은 지금도 높은 의사밀도를 더 높여 과밀화를 조장할 수 있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의과대학 입학정원 감축 ▲부실 의과대학 통·폐합 및 의과대학 신·증설 억제 ▲의사인력 문제에 대한 정책적 모색 필요 등을 주장했다.

의협은 “현재 의사인력의 공급과잉 지속 및 향후 의사인력의 초공급과잉이 예상되는 현실과 의사인력 공급과잉 및 경쟁심화에 따른 의료비 상승 및 의료서비스의 왜곡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해 의대 입학 정원 감축 대책을 마련하여 2020학년 입학정원에서부터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의사인력은 양성과 배출에 많은 시간과 재원이 요구되고 장기적인 인력 정책 및 적절한 유지를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인위적 정책개입(입학정원 조정 등)은 오히려 인력수급 균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정치적, 경제적 목적 등에 의한 부실 의대 양산을 차단하고 의료인력 수급의 적정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부실 의대 졸업생의 의사국시 응시자격 제한과 같은 사후적 장치와 함께 부실 의대 통·폐합 및 의과대학 신·증설 억제 등 사전적 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사인력 양상은 최소 6~11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정책으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이에 협회에서는 정부가 단순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에만 기반하여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지양하고, 양적인 수급 추계뿐 아니라 지역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사항도 고려해 의료계와 함께 중장기적인 의사인력 수급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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