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트럭 끌고 다니는 정신과의사 임재영,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에세이 출간

사람들의 고민을 직접 들어주러 상담트럭을 끌고 다녀 ‘정신나간 정신과의사’라는 닉네임을 가진 정신건강의학과 임재영 전문의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를 냈다.

임재영 전문의는 지난 2016년 3월부터 안정적인 병원을 그만두고 거리에서 사람들을 상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행복을 키워주는 ‘행복키우미’라는 의미로 행키라는 닉네임을 갖고 상담트럭을 끌고 다니는 그는 tvN ‘리틀빅히어로’에 나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봤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조금 더 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돌아왔다.

일단 이 책은 재미있는 제목과 트렌디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책장을 넘기면, 평소 자신의 이야기를 최대한 공개하지 않고 상담자와 거리를 유지하는 대부분의 정신과의사들과 달리 첫 장부터 정신과의사인 저자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펄쳐져 있다.

“오래 전부터 최근까지 일기를 썼는데 그 글을 좀 더 키웠어요. 사실 일기는 공개하는 대상이 아닌데 결국 공개된 일기가 됐죠.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기 위해서, 나를 좀 더 이해하고 싶었어요. 치부로부터도 자유로워지고 싶었습니다.”

책은 임재영 전문의가 자신이 환자인지 의사인지 헷갈린다는 자아성찰부터, 상담트럭을 몰고 다니게 된 계기도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자세하게 서술돼 있다.

야심차게 ‘찾아가는 고민상담소’ 트럭을 시작했지만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거절을 당한 이야기와 트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비로소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 보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적혀있지만 읽다보면 눈시울을 붉힐 수도 있음은 미리 귀띔한다. 실제로 그의 글을 읽고 공감한다는 독자들의 평도 많다.

현재 그는 예전에 일했던 계요병원에서 일하는 중이다. 완전히 병원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사정이 생겨 내년 2월까지만 일을 하기로 했다. 병원을 그만두고 난 후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담트럭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다보니 예전보다 거리로 나오는 빈도가 줄어들었지만, 거리 상담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 달에 적으면 3~4번은 꼭 트럭을 몰고 나간단다.

트럭도 조금 바뀌었다. ‘찾아가는 고민상담소’라는 이름을 ‘찾아가는 마음충전소’로 바꾸고 붙어있던 전신사진도 떼어냈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사진을 과감히 뜯어버렸어요. 저만의 차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트럭이 되길 바라서요.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쓸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찾아가는 마음충전소’를 함께 쓰면 좋겠다고 제안을 드린 곳도 있어요. 지금은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그는 이번 책의 수익금을 전부 기부할 계획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책이 한국에세이로 분류돼 있는데 1위는 혜민스님 책이더라고요. 1위는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저의 이야기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분들이 반드시 봐주셨으면 해요. 우리는 모두 약한 존재에요. 혼자서 견디고 버티기에 약한 존재죠. 그러니까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청하고 주고받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내 아픔은 나만 안다고 생각하죠. 우리가 쉽게 착각하는 게, 다른 사람들은 잘 사는 데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길까라고 생각하며 좌절을 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고민이 있고 아픔이 있습니다. '행키'라는 까불거리는 존재 역시 아픔이 많다는 걸 알고, 그 아픔을 나눌 때 더 위로받을 수 있음을 느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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