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 “분만 인프라는 소방서 같은 역할…정부가 나서 지원해야”
직선제산부인과醫 김동석 회장 “더 이상 비전 없어…저출산 대책, 근본적으로 실패”

2018년도에 이어 2019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도 정원을 채우는데 실패한 산부인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산부인과계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분만 중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시 의사 책임을 면제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은 지난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수련을 받아도 저출산 때문에 과거처럼 수입이 좋은 것도 아니고 여기에 분만 중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의사들의 책임이 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올바르게 세우지 않으면 절대로 (전공의 지원이)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내년부터 출산장려금으로 250만원을 준다고 하는데 그걸로 국민들이 아이를 더 낳겠냐”면서 “선심 쓰듯 돈을 뿌리는 방법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분담금을 요양급여비용에서 바로 징수할 수 있게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했다.

김 이사장은 “일본이나 대만은 뇌성마비가 생기거나 신생아 사망이 발생하면 국가에서 책임을 지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러냐”면서 “지금 상황에서 산부의과 의사가 그런 일 한 번 당하면 폐업해야 한다. 산부인과를 홀대하면서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가가 분만 의료기관을 사회적 인프라로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이사장은 “분만이 줄어들고 있지만 어디선가는 아직도 분만이 꼭 필요하다”면서 “분만 의료기관은 소방서와 같은 개념이다. 불이 나지 않는다고 소방서를 없애면 안 된다. 언제 불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분만 인프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국가가 분만 인프라 유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없어지는 것을 방관했다가는 의료취약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열린 마음으로 산부인과계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논의해야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수련을 받고 나왔을 때 전문의로서 활동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학회 쪽에서는 (전공의 모집에 대한)특별한 방안이 없다. 제도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젊은 의사들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원가는 더 비관적인 미래를 전망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요즘 젊은 의사들이 사회나 경제 돌아가는 것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산부인과를 하겠냐”면서 “어떤 이유로든 우리나라에서 분만을 가장 많이 했던 병원조차 문 닫을 처지다. 산부인과는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단언했다.

김 회장은 이어 “국가에서 분만 인프라에 대해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거기에 산부인과 의사는 한 명도 없다. 이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저출산에 대한)근본적인 대책이 잘못 됐다”면서 “올해도 산부인과는 개원보다 폐업이 더 많아졌는데 이는 결국 모성사망률 상승과 태아 건강권 위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본지가 2019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접수 마감일인 지난 28일 주요 대학병원 51곳을 조사·분석한 결과, 산부인과 경쟁률은 0.76대 1이었다(산부인과 모집 기관 44곳).

이들 병원에 배정된 산부인과 전공의 정원은 총 127명이었지만 지원자는 96명에 그쳤다. 지난해 산부인과 경쟁률은 0.83대 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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