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징금 부과 및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 위법 선고…“명단 제출거부‧지연 단정 어려워”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 접촉자 명단 지연 제출 등을 이유로 삼성서울병원에 부과한 과징금 및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9일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과징금 부과 및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삼성측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메르스 확산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환자와 접촉자 명단 제출을 지연시켜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며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다만 환자 불편을 우려해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806만원으로 갈음하는 조치를 내렸다. 또한 이 행정처분을 토대로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는 메르스로 인한 보상액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로 인한 피해로 1,180억 손실을 입었다고 추계했지만 정부는 607억원으로 산정해 손실보상금에서도 500억원 이상 차이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이 속해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2017년 5월 복지부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및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29일 행정법원은 복지부의 처분에 위법이 있다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 요청이나 요구사항이 당시 신속히 처리한 필요가 있는 처분이어서 문서에 의하지 않고 말로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처분 행정청과 처분의 근거를 적절히 밝힘으로써 그 요청이나 요구가 구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의해 복지부장관의 명령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역학조사관들이 삼성서울병원 측에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명단 제출 요구의 주체, 즉 처분 행정청을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요구가 구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힌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역학조사 수행에 있어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에 의한 협조 요청 공문이 있지만 이것도 명의 주체가 질병관리본부장이므로 복지부의 명령으로 볼 수 없다”면서 “즉 복지부의 명령이 부존재하기에 위반도 존재할 수 없다. 이에 과징금 부과 처분은 처분 사유가 없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손실보상금 거부 처분에 관련해서도 “복지부장관의 명령에 위반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며 감염병예방법 상 역학조사 시 학조사의 대한 부당한 거부나 방해 등 금지행위가 있는지 여부도 삼성서울병원 측은 역학조사관들에게 전자의무기록을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줬을 뿐 아니라 스스로 접촉자 명단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고, 감염관리실 직원으로 하여금 바로 명단 작성을 하게 했으며 역학조사관들이 구체적으로 지적한 항목을 포함한 명단 요구에 신속히 응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명단 제출 과정에서 복지부와 역학조사관 사이에서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작성에 있어 감염 확산 예방 활동에 실질적으로 여러 정보를 갖춘 명단이 연락처가 담긴 명단과 별개로 작성됐으며, 이 명단 제출요구가 시설 격리를 담당하는 복지부 사무관 측과 역학조사관 측으로 나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요구하는 명단의 유형과 범위도 달랐다”면서 “명단 제출 창구의 단일화에 대한 의사소통도 원만하지 않아서 실제 명단 제공 과정에서 어느 명단을 제출해야 할지 오해가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실제 삼성서울병원 측이 명단 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할 동기를 찾을 수도 없다”면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삼성서울병원 측이 역학조사관들의 명단 제출 요구에 대해 거부나 방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감염병예방법 상 역학조사 시 금지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명단 지연 제출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환자 치유 등으로 입은 손해나 손실의 발생이나 확대에 직접적인 관련성이나 중대한 원인이 됐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에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한 2017년 2월 2일 과징금부과 처분과 2017년 2월 10일 손실보상금 지급 처분은 모두 위법하기에 이를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소송 결과에 대해 복지부는 “판결 주문이 2주안에 송부되는데 그때 내용을 보고 (항소 여부를)판단해야 할 것 같다”면서 “소송당사자가 정부이기 때문에 법무부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다. 관련 부처와 상의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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