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연 토론회서 진찰료 인상 및 처방료 부활 필요성 대두…복지부, 단기간 내 인상 난색

의료계가 저평가된 진찰료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27일 용산전자랜드 랜드홀에서 ‘바람직한 의료를 위한 진찰료 정상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천안충무병원 김교현 예방의학과 전문의는 낮은 진찰료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지적하며 올바른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적정 진찰료 책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문의는 “의료기관의 안정적 운영과 진찰료 문제는 직결된다”면서 “경제적 보상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제공자는 양질의 진찰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검사, 시술 등의 서비스 제공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문의는 이어 “의료이용자 입장에서는 짧은 진찰에 익숙해졌지만 불충분함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유명 의사나 대형병원을 찾아다니는 게 그 증거”라며 “건강관리 측면에서도 건강 및 질병에 대해 이해도가 낮으며 진찰보다 검사, 시술, 약에 안정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도운영자 입장에서도 이 문제를 개선하기 쉽지 않지 않다”면서 “진찰료 규모가 매우 크지만 인상의 명분을 찾기가 어렵고 전문과목별, 세부전문과목별, 진료과목 내에서도 이슈가 다르다. 또 진찰료 인상으로 현재의 의료체계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적정 진찰료가 보장되지 않으면 기존의 가지고 있던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면서 “일차의료 강화가 필요하고 관련 인력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 WHO도 일반의에 대한 보상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가정의학회 김영재 보험이사는 현 의료체계가 일차의료에 불리한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를 보전할 수 방안으로 진찰료 인상을 제시했다.

김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행위별수가제도와 상대가치제도는 일차의료에 불리한 제도”라며 “전문과들의 신의료기술 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일차의료에는 진찰료만 있을 뿐 신의료기술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는 이어 “미국도 이러한 문제가 있어 내과, 가정의학과 등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과들에게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줬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두 차례의 상대가치 개정 동안 진찰료 부분은 건드리지 않아 여전히 저평가 돼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특히 “낮은 원가 보전율과 너무도 많은 행위가 진찰료에 포함돼 있는 것도 문제”라며 “지난 2001년 재정안정 대책 시행 당시 진찰료·처방료 통합, 환자 수에 따른 진찰료 체감제, 야간가산 시간 축소, 주사제 처방료 삭제 등 진찰료와 관련 각종 개악으로 수가 인하는 있었지만 이후 이를 만회할 만한 대책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부는 적정 수가를 보장하고 신의료기술 결정 신청 시 신중하게 진찰료 포함 행위 결정해야 한다”면서 “또 진찰료·처방료 분리, 초·재진 산정 기준 개선 등 재정 안정화 대책 이전으로 제도를 환원해야 한다. 3차 상대가치 개편에서 이러한 점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진찰료 인상만으로는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실 신영석 선임연구위원 “진찰료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되면 코끼리 다리만 만지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면서 “단순히 외국과 단위 시간당이나 건당 진찰료를 비교하면 해법을 강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료체계와 현실이 다른 상황에서 3분 진료를 하루아침에 다른 나라처럼 10분, 20분 한다고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어 “현 체계가 계속된다면 상급의료기관에 비해 의원급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나날이 의원급 포션은 줄어들 것이다. 수가를 올리는 것은 해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 위원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의료체계 전체적인 틀 속에서 다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설령 정부에서 진찰료를 인상한다고 해도 그것은 해결 방안이 아니다. 오늘날 환경이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위원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데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처럼 소비자가 마음대로 의료체계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머지않아 손 봐야할 수도 있고 상급종합병원에 유리한 틀도 커뮤니티케어 등 일차의료로의 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전체적인 틀 속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견을 전제로 종별 진찰료 차등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신 위원은 “현행처럼 종별이 올라갈수록 진찰료 상대가치가 올라가는 틀은 전달체계 합리화 차원에서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그걸 바꾼다고 전달체계가 정상화되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진찰과 관련해서는 일차의료 쪽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을 옮기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으면 한다”면서 “그동안 한 번도 진찰료에 대해 손을 안 댔기에 이번 기회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의료체계 쪽으로 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처방료 부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신 위원은 “지난 2001년 진찰료·처방료 통합으로 처방 건수가 줄어들고 약 소비량도 상당히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그래서 당시 재정 때문에 시행했던 100여 가지 방안 중에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정책이다. 굳이 진찰료를 이야기 하면서 처방료 분리를 언급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단기간 내의 진찰료 인상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진료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국민 모두 동의할 것”이라며 “다만 기본진찰료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굉장히 크다.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큰 재정이 움직이게 되는데 3차 상대가치 과정에서 검토를 하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3차 상대가치도 2~3년이 걸리는 장기적 관점의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또 진찰료 인상이 왜곡된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종별로 적정 진찰료를 책정하는 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장은 “진찰료나 입원료 등 기본진료료 형태로 있는 것을 한 번에 인상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우리 생각은 그렇지 않다”면서 “엄청난 재정이 들어가는 것에 반해 환자와 의사가 힘든 부분이 바로 해결될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의원급부터 상종까지 역할이 주어진 상황에서 적정 진찰료를 책정하는 부분도 실제 방안이 쉽게 나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면서 “다만 적정보상을 위해 상대가치로만 논의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환산지수나 계약방법 등의 구조를 바꾸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복안은 없지만 현재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찰료 인상에 대한 대안으로 별도 사업을 통한 수가 신설을 제시했다.

이 과장은 “진료현장에서 진찰료로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은 만성질환관리 사업처럼 별도 사업을 개발·신설하는 쪽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서 “진찰료 자체를 올리는 논의로 접근하면 몇 천 억원이 오가는 상황인 반면, 특수한 개별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기에 시급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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