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26일 현재 진료시스템 정상화…일부 병원들 대책회의 갖기도

서대문구 KT 아현 기지국 화재로 전산이 일부 마비되면서 진료에 차질이 빚어졌던 세브란스병원의 전산시스템이 26일 현재 모두 정상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세브란스병원은 홈페이지, 외부유선전화 착발신, 홈페이지와 유선전화를 통한 진료예약 등이 모두 가능한 상태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 기지국 화재로 오전 11시 10분경부터 KT망을 사용하는 원내 콜(N존), 응급실 결제 시스템 등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어야 했다.

병원 내(N존)에서 사용하는 핸드폰, 구내전화, 외부 전화가 모두 차단돼 원내 방송(오픈 콜)으로 의료진을 호출하다보니 하루종일 의료진을 부르는 방송이 이어졌다는 게 세브란스병원 이용자들의 전언이다.

세브란스는 원내 통신망으로 KT와 SKT를 사용하고 있다. KT망이 마비된 이후 24일 당일 세브란스 원내 처방시스템은 작동됐지만 응급실 결제, 원외 처방 등 시스템 사용이 불가능해 이날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30~40분 가량 대기해야만 했다.

또한 화재진압 및 복구가 늦어지면서 세브란스병원은 24일 오후 6시 경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를 통해 KT망을 사용하는 홈페이지 및 외부유선전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공지하기도 했다. 공지를 통해 홈페이지와 유선전화를 통한 진료예약 및 안내업무가 진행되지 못하지만 입원 및 응급진료센터를 방문한 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이번 KT화재로 인한 통신두절은 강남세브란스병원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세브란스와 강남세브란스가 이메일 통신망 일부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 한 관계자는 “24일 낮 12시 이전부터 갑자기 이메일이 작동하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KT화재로 인해 이메일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며 “강남세브란스에 끼친 영향은 미미했지만 그나마 주말이었기 때문에 혼란이 덜했던 것 같다. 만약 월요일에 화재가 났다면 무척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세브란스는 일년에 한번 재난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이 훈련에는 전산장애인 ‘코드화이트(Code White)’에 대비한 훈련도 포함돼 있다.

코드화이트가 발생할 경우 의료정보실에 신고하고 안내에 따라 행동하도록 지침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는 원내에서 발생한 전산장애에 대비한 것으로 이번처럼 외부 요인에 대한 대응훈련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브란스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부요인으로 인한 전산장애가 발생할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며 “병원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망 이중화로 외부장애요인에 대비한 대형병원들

한편, KT 화재로 병원 내 문제가 아닌 외부요인으로도 진료시스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음이 확인되면서 자체적으로 통신망 이중화를 통해 이같은 사건에 대비해놓았던 병원들조차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이번 KT화재 사건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26일 오전 관계자가 모여 대책회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아산병원은 이번 KT화재와 같은 인터넷 선로 문제 등에 대비하기 위해 병원이 위치한 송파지역 인터넷 선로 외 강동지역 선로도 구축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다른 쪽 선로로 인터넷을 연결하는 통신망 이중화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었던 것.

서울대병원 또한 통신과 인터넷 모두 이중화로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통신은 메인 공급선으로 SKT를 쓰고 있다. 최근 KT로 쓰다가 SKT로 바뀌었다”며 “하지만 KT 회선은 직통회선이라고 해서 비상상황을 대비해 병동이나 사무실에 한두 개 번호는 살려놓았다”고 전했다.

더욱이 그는 “인터넷 쪽은 2년 전부터 유사시에 대비해 SKT와 KT에서 같은 용량으로 계약하는 등 망을 이중화 시켜놨다”면서 "따라서 휴대폰 라인을 제외하고 병원 자체적으로는 한쪽이 다운되더라도 충분히 유지가 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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