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폭언·폭행 등의 인권침해 행위나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다.

이 지사는 “수술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고 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다”면서 “수술실 CCTV는 환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촬영할 계획이며 정보보호 관리책임자를 선임해 환자의 개인정보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

이에 경기도는 수술실 CCTV설치·운영 확대를 위해 CCTV장비 구입과 설치 예산 4,400만원을 2019년도 본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환자의 권리 대 의료진의 감시 받지 않을 권리가 주로 이야기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의료인으로서 동시에 환자가 될 수 있는 일반 국민으로서 이번 사안을 보면서 몇 가지 제대로 조명을 받지 않은 사안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됐다.

CCTV는 범죄예방, 시설안전, 화재예방 목적으로만 설치 가능하며, 목욕실, 화장실, 발한실(發汗室), 탈의실 등 사생활 침해 장소에는 설치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

수술실 CCTV 촬영 시 얼마나 많은 정보가 들어갈지를 살펴보자. 수술을 한번이라도 받아본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수술실에 들어갈 때는 속옷을 탈의한다. 즉 우리가 속옷으로 가리는 부위가 노출된다. 또한 마취와 수술을 위해 소변줄 등의 여러 가지 관들이 삽입된다. 얼굴도 당연히 노출된다.

외관 상 드러나 있으나 우리가 애써 가리는 부분뿐 아니라 외관으로 드러나지 않고 우리도 모르고 있던 몸 안의 온갖 장기들도 확연히 드러난다. 마취 전후에 일어나는 무의식 상태의 유쾌하지 않는 일들과 생리 현상 등도 기록된다.

이런 기록들을 어떤 매체에 저장했을 때 이것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장이 될까? 한번 기록된 영상 매체는 무한 재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삭제도 불가능하다. 개인정보 유출이 상시 일어나는 요즘 이에 대해 절대 안심하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정보보호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 보도자료를 보면 4,400만원을 CCTV 관련 예산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4,400만원이면 아마도 CCTV 구입 및 설치 비용 정도일 것이고, 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보호 조직을 구성하기에는 부족하다.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의 기본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활용은 원칙적으로 기본권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없는 한도 내에서 허용’한다고 행정안전부 자료에서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의료진들도 CCTV에 찍히지 않을 기본권이 있다. 즉 CCTV를 찍는 수술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 결정을 내린 의료진에 대해 그 수술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는 경기도에서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럼 수술실 CCTV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CCTV는 녹음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설치 목적이라는 ‘폭언’을 막을 수 없다. 다른 목적인 ‘의료사고’를 막는 것도 매우 어렵다. CCTV로 확인 가능한 것은 대리 수술 정도일 것이다.

이런 대책이 나온 근본적인 이유가 대리수술을 막는 것이라는데, 이에는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대리수술이 벌어지면 그 병원은 문을 닫게 하거나, 신고하는 사람에게 경기도가 CCTV로 내년 예산에 반영한 4,400만원을 포상금으로 준다고만 해도 대리수술이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수술실 CCTV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서 CCTV로 기록을 했기 때문에 이 기록을 여러 당사자들이 검토하면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가 위험에 노출되는지 자명할 것이다. 또한 이 정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떠한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지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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