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는 행정소송 예고…금융권 "섹터 다른 제약에도 영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주식거래정지로까지 이어지면서 제약·바이오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 주식시장 거래정지를 비롯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검찰 고발 등을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시한 증거자료와 당시 회사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했다는 게 증선위의 판단이다. 증선위는 특히 고의성에 무게를 뒀다.

이번 증선위 결정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증권거래소는 상장규정에 따라 현 시점에서의 기업의 계속성, 경영투명성, 그밖에 공익실현과 투자자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실질심사를 진행, 거래재개 또는 상장폐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증선위 발표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입장문을 통해 행정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당사의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서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 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행정소송을 통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 소송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사업에 더욱 매진함으로써 회사를 믿고 투자해 준 투자자와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투자자 멘붕 올까…시총만 22조원 수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으로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 달래기에 나섰지만 거래정지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14일 기준 22조1,321억원이다. 시가총액 코스피 기준 전체 6위의 초대형 상장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거래정지 여부가 연일 논의됐지만 지난 8일부터 5거래일 연속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이어졌다.

기관들은 물량 상당부분을 소진하던 시기에 개인 투자자들만 사자 기조를 이어갔던 것이다. 5거래일 간 개인이 순매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수만해도 43만주가 넘는다.

상장폐지 결정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가 총액 22조원, 그리고 90% 이상이 국내 개인과 기관으로 구성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비중을 따지면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고의 분식회계 결론이 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더 많았던 만큼 의외라는 반응이다. 상장폐지 여부를 전망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은 5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증선위 제재를 받았지만 상장폐지가 즉각 이뤄지지 않고 1년 3개월 동안 거래만 정지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대우조선 때보단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중의 집중도도 적잖다"면서 "2일 사이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매수했다. 상장폐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반등의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후폭풍 전망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정지는 같은 산업으로 분류되는 바이오는 물론 섹터가 다른 케미컬 위주의 제약산업에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먼저 바이오업계는 투자심리 위축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에 포커스를 맞춘 바이오 업종은 투자자 확보가 중요하다.

더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가 주로 발생했던 상징성을 가진 회사가 분식회계 등으로 타격을 입는다면 해외 투자자 유치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중견 바이오업체 IR담당자는 "국내 바이오산업을 바라보는 외부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며 "바이오산업은 결국 글로벌 시장으로 향해야 하는데 넘어야 할 허들이 하나 더 생긴 꼴"이라고 말했다.

합성화학 의약품 위주의 제약업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의 인식상 제약과 바이오는 사실상 비슷한 방향성과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나기 전까지 제약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는 물론 매매도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정확히 바이오 분야이고 개별 기업의 문제이지만 시장이 이를 구분지어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제한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매매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실질검사는 영업일 기준으로 15일 이내에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추가 조사가 필요할 때에는 15일 더 연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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