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에 걸린 김철수(가명)씨는 지난 2007년 췌장을 다 들어내야 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췌장암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비싼 소화제’였습니다.

췌장을 모두 제거한 김씨는 인슐린 주사 외에 소화제인 ‘췌장 효소제(Pancreatic enzyme)’를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소화제가 인슐린 주사보다 비싸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췌장이 없는 김씨는 췌장효소 농도가 높은 ‘노자임캡슐4000’과 같은 소화제를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 달 약값만 7만~8만원 정도 듭니다. 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인슐린 주사는 90일 평균 2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됩니다.

김씨처럼 췌장을 다 잘라 내거나 만성췌장염 등으로 췌장이 소화 효소를 생성하는 외분비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는 평생 소화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소화제가 모두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약값을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췌장질환자들 중에는 약값 부담 때문에 췌장 효소 농도가 낮은 ‘싼 약’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소화제 먹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한췌담도학회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내과학회 등은 만성췌장염, 췌장암, 췌장수술 등으로 췌장 외분비 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에 대한 소화제 급여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약사가 등재 신청을 하지 않으면 급여 여부 자체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게 보건당국의 해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10년 째 모든 소화제는 비급여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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