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케이라인의원 김태환 원장, "약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알아야"

"삭센다 처방 안 해준 그 병원이 어디죠?"

비만치료제 '삭센다' 체험기(관련기사: 나도 비만치료제 ‘삭센다’나 맞아볼까)가 나간 이후 최근까지 전화 또는 이메일로 "그 병원이 대체 어디냐"고 묻는 이들이 적잖았다.

앞선 기사에서 해당 병원은 단지 식습관·생활습관에 대한 조언이 있었을 뿐, 병원만의 노하우나 값비싼 첨단 의료기기에 대해 소개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병원에 관심을 드러냈다.

사실 새로울 것 없는 식생활습관과 같은 건강정보는 언론사에서도 잘 팔리지 않는 기사다. 이보단 제약사가 많은 돈을 들여 시장에 내놓은 치료제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해야 '소음'이 커지고 주목을 받는다. 혹여나 ‘문제’라도 지적되면 이 소음은 더 커진다.

삭센다를 찾아 강남 일대를 헤맸던 것은, 언급한 대로 업무시간을 활용해 살을 빼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음'을 예상해서다.

그런데 하필 이 병원에 들러 이 의사를 만나면서 "다들 문제더라"라는 기사 방향이 틀어졌다. 이 의사는 생활패턴을 하나하나 묻고는 진료시간 내내 '약 타령'을 하는 기자에 맞서 끝끝내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잔소리(?)를 했다.

덕분에 강남역을 찍고 호기롭게 했던 확신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것도 다른 진료과도 아닌 성형외과에서 말이다.

그래서 기자 신분을 밝히고 다시 찾아갔다. 해당 의사는 강남 케이라인의원(진료과목: 성형외과, 피부과) 김태환 원장(前 서울아산병원 조교수)이다.

김태환 원장

비만 치료, 문제가 뭔가요?

먼저 평범한 진료였음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이유를 모르는 척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강남지역 다른 병원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나 의료수가 등 의료시스템에 대한 지적을 기다렸다.

하지만 김 원장은 우선 비만을 대하는 이들이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이어트는 꾸준해야 하는데 적잖은 사람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자 '비법'을 찾고 싶어 해요. 그러니까 이걸로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선 그 기간에 포커스를 맞추는 거죠. 제가 만약 3년 안에 20kg을 빼준다고 하면 누가 오겠어요? 요요현상을 비롯,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서인데 말이죠."

호기심을 자극할 콘텐츠에 치중하는 대중매체의 행태도 지적했다. 단순한 정답은 주목을 끌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워 보이는 운동법, 지속하기 힘든 식습관 등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고선 지방흡입술을 하더라도 요요가 오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그는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없는 행위를 다이어트로 하다 보니 체중을 줄이는 것이 성공하더라도 결국 다시 돌아와요. 습관이 바뀌어야 하는거죠. 그렇지 않으면 흡입해도 유지가 안돼요. 그런데 이런 부분은 돈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병원들에서)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거고, 그래서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제 진료가 달랐다고 여긴 것 같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강남역 부근 입간판)

비만치료를 포함한 미용·성형 분야에선 의사와 환자가 지금보다 더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게 그가 가진 신념이다.

"특히 강남 특히 미용성형 분야는 의사가 '기술자화'된 면이 없지 않아요. 많은 병원들이 상담실장을 통해 각종 시술을 권유하죠. 미(美)가 주관적이라 다른 과와 달리 의사 진찰을 통해 결정할 수 없다고 보는 것도 같아요. 미가 주관적인 것은 맞지만, 어떤 시술이 필요한지는 환자가 결정하기 어려워요. 그럼에도 지금 구조는 환자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죠."

미용·성형 분야에선 많은 경우 의사가 환자에 치료방향을 제시해주기보단 환자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은 후 비의료인인 상담실장과 시술을 결정한다. 하지만 비만이야말로 의사 환자간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의사가 개입을 많이 해야 하는 질환이 있는 반면, 환자와 의사가 같이 가야하는 질환이 있어요. 이런 질환일수록 환자의 이해도가 높아야 치료효과가 좋습니다. 비만을 질환으로 본다면 환자 이해도가 가장 높아야 하는 질환 중 하나인데도 의사의 설명이 가장 안 되고 있는 거죠."

'제일 좋은 약'이 아닌 '제일 맞는 약'?

이전 진료에서 김 원장은 술이 비만의 원인인 기자에게 즐겨먹는 안주를 비롯해 '술을 누구랑 먹느냐'는 것까지 물어봤다. 당시 '이런 것까지 굳이...'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자) 본인이 좋아하는 약 이야기로 해줄게요(웃음). 비만에 좋은 약 두 가지를 꼽으라면 삭센다와 같은 식욕억제제, 지방흡수억제제가 있어요. 삭센다와 같은 GLP1 유사체 계열은 이전에 나온 약물(향정신성 식욕억제제)과 달리 뇌에 포만감을 전달하는 신호만 주고 뇌 영향이 없는 게 장점입니다. 그렇더라도 본인은 식욕이 아니고 잦은 음주 때문에 살이 찌는 거라 효과가 떨어져요. 반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먹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식욕을) 눌러줄 필요가 있어요. 이런 사람들에는 좋을 수 있죠."

"지방흡수억제제는 음식을 섭취했을 때 (약물이) 위에서 음식물과 만나요. 뇌 혹은 몸 대사에 영향을 주지 않죠. 그런데 이 약은 또 지방하고만 붙는 게 단점이에요. 그래서 탄수화물, 과자를 많이 먹는다면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식습관을 물어보는 겁니다.“

처방약은 아니지만 가르시니아와 같이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하는 제품도 있다.

"탄수화물이 원인이라면 (탄수화물 흡수 억제제가)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바뀌는 것을 막아주니 좋을 것 같지만, (흡수가 안 된 탄수화물은) 소모가 돼야 하고, 그 다음에 들어오는 탄수화물이 결국 지방으로 바뀝니다. 단지 약간의 시간을 벌어주는 거죠. 그래서 평소 식생활습관이 다 좋은데 어느 날 과식을 하는 거라면, 그리고 다음날 다시 운동과 식이조절이 이뤄진다면 효과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습관이 그대로인 사람은 효과가 떨어집니다."

"술의 경우도 알코올 자체가 가진 칼로리가 적지 않아요. 술자리가 업무 등으로 인해 강제되는 경우에는 본인 의지보다 과음을 하게 될 수도 있겠죠. 이 경우라면 (비만 원인이) 개인 생활습관을 넘어서는 문제기 때문에, 술을 누구랑 먹는지도 물어 본겁니다."

비만이 심한 사람은 지방흡입술을 통해 큰 양을 우선 줄여주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식욕억제제가 필요한 경우도 이들에게 더 많다고.

"심한 비만일수록 식욕을 참기 어려운 사람도 많은 만큼 식욕억제도 (약물로) 도와주고 큰 병원에선 위 절제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지방흡입을 통해 큰 양을 우선 줄여주는 것이 다이어트 기간을 단축하고 성취감을 줄 수 있겠죠. 이를 디벌킹(debulking) 효과라고 합니다. 성별차이도 있는데, 여성은 가슴 (부근) 부위살들이 잘 안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지방을 녹이는 레이저 등 부분적으로 의학적 힘을 빌리기도 합니다."

"의사들도 복약지도처럼 설명을 해줘야 해요. 사실 이는 의사가 더 해야 할 일입니다. 환자가 왜 이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약을 먹으면 얻는 게 무엇이고 잃는 게 무엇인지 설명해야 하고, 그 설명은 환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병원 운영은요?

이렇다보니 상담시간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앞선 진료에서만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김 원장의 질문은 능숙하고 또 빨랐지만, 생활패턴을 돌이켜보며 버벅대는 기자 때문에 상담시간이 20분은 족히 넘었다. 병원에 낸 돈은 처방전 가격인 1만1,000원.

“당연히 돈 좋아하죠.(웃음) 대학병원에 있을 때 개원한다고 했더니 주변에선 이런 마인드로는 망할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약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수술이 필요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단지 약이 효과가 떨어지는 사람에게까지 처방을 하거나 더 이상 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사람, 또는 성형할 필요가 없는 부위에까지 수술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겁니다.”

“외모지상주의라고 해서 미용성형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에게 호감을 주는 건 중요해요. 평생을 바쳐 공부도 하고 내면을 가꿨는데, 겉모습이 (자신의 내면과) 너무 다르다면 무작정 사람들에게 믿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일단 교류가 돼야 하니까요. 그래서 자기 안에 있는 이야기를 편하게, 자신 있게 꺼낼 수 있는 정도는 원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병원 마크도 여성성을 강조하는 ‘S’가 아닌 ‘K’로 그가 직접 고안했다. 모델이 워킹을 마치고 자신감 있게 서있는 모습이라는 것.

“얼굴도 그렇지만 몸도 자신감이 생기면 그간 키웠던 실력을 잘 펼칠 수 있는 거죠. 제가 비만에 있어선 큰 합병증을 보는 건 아니지만, 미용과 관련된 비만을 봐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직업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학이 발달해서 예전보다 오래 살아야하는데 비만으로 (노년에) 관절도, 혈관도 다 망가질 순 없잖아요.”

“살이 찌는 것은 자신의 식습관과 행동습관의 결과물이에요. 그렇다면 이 부분을 살피고, 안 먹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잘 먹고 잘 사는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죠. 개개인에 맞는 처방과 의사의 설명이 필요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삭센다를 주지 않은 이유도 충분히 설명이 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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