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의장 “잘못된 판결 바꾸려면 힘 모아야"…이덕철 이사장,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촉구
응급의학회 이경원 이사 "의사는 국민도 아니냐" 성토…"묵묵히 진료매진 할 것"

전국 각지에 모인 의사 7,000여명이 오진으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의사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에 항의하며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대한민국 의료 바로세우기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먼저 “횡격막 탈장이라는 희귀 증례로 안타깝게 사망한 환아의 명복을 기원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한 가족의 아버지, 어머니로서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 의장은 “1년에 두 케이스가 청구되는 극히 보기 힘들고 손상 병력 제공 없이는 절대로 예견하기 어려운,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해 구치소로 간 여의사 두 분과 전공의, 그리고 졸지에 애기 엄마와 아들의 감옥행으로 놀라 슬픔에 잠기신 회원가족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하지만 “회원 동지 여러분께 묻고 싶다. 과연 세 의사가 감옥에 갈 이유가 있냐”면서 “이들은 고의로 환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게 아니다. 응급실에 배 아프다고 온 환아를 보고, 다쳤다는 얘기도 없는데, 어느 의사가 횡격막탈장을 진단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 의장은 “이런 식이면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구속되고 말 것”이라며 “의사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진료하는 분야에서 최대한 신처럼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간일 뿐”이라고 했다.

진료행위의 악결과만으로 의사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의장의 지적이다.

이 의장은 “좋지 않은 결과만 나온다고 의사를 구속한다면 이는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확실하게 담보하지 못한다면, 우리 의사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교도소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득이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국민들께서 앞장서서 도와주셔야 한다”면서 “안전한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보태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 의료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잘못된 판결을 교정해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회원 모두가 단합해 최선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투쟁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도 의사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가칭)료분쟁특례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이 이사장은 “모든 의료인들이 필연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많은 어려움과 또 아직 미숙한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의 입장을 재판부가 과연 잘 이해한 후 내린 판결 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면서 “고의성이 없는 진료 과정의 결과에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 의료인을 죄인으로 구속시키는 건 의료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되지 않고 의료인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최선의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의 개혁과 함께 의료분쟁특례법이 하루 속히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도 “개원을 하고 환자를 진료하던 응급의학과 의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되고, 구속 상태에서 피해자와 민사 소송의 손해배상액 만큼의 합의금을 또 주고 합의를 해 피해자들이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도 같이 보석 심사를 받은 일반 보석 사건은 결정이 다 내려 졌는데도, 오히려 3일이나 지나서야 보석 결정이 내려져 가까스로 구치소에서 풀려 나왔다”면서 “우리는 보통의 국민들이 누려야할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의사는 국민도 아니란 말이냐”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이사는 “잘못된 판결이 우리 의사들의 진료를 막아서더라도, 우리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들은 앞으로도 밤낮과 휴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365일 국민 여러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묵묵히 응급진료에 매진할 것”이라며 “응급의학회는 이 땅에 국민과 의사가 어깨 걸고 함께 하는 그날까지, 의료 현장을 바로 세우는 날까지 의협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우리 사회가 의사들을 적대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분만 중 태아 사망에 대해 1심에서 금고형 판결을 선고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선의로 행한 의사의 진료에 대해 100% 진단 못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보내는 사법부는 이렇듯 잘못 판결한 동료 판사들에게는 어떤 형벌을 가하고 있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은 의사를 더 이상 적대적인 감정으로 대해선 안 된다”면서 “환자를 위해 필요한 필수 인력인 수술할 의사, 분만할 의사가 사라지고 있고,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당장 여러분의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환자 안전을 위해선 그에 걸맞은 안전한 수련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제 대한민국은 전공의가 수련하기에 위험한 곳이 됐다”면서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각오를 하고 최전선에서 생명을 구하고 있는 전공의 동료들에게 더 이상은 감히 버티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전공의가 안전하게 수련 받을 수 있고 환자 안전이 지켜질 수 있는, 그래서 더 많은 국민들이 건강해질 수 있는 안전한 의료 환경을 원한다”면서 “국민 곁에서 더 단단하게 생명을 지켜낼 수 있도록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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