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도매 거래제한법 유명무실…과거엔 기부금도 쏠쏠

의약품 도매업계가 최근 병원 직영 도매업체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약사법에서 조차 직영도매 및 거래를 제한하고 있음에도 도매업계가 직영 도매업체 설립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는 이유는 뭘까.

의약품 도매업계는 병원 직영도매업체가 난립할 경우 의약품 유통 투명화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리베이트 우회 창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친족도매 거래제한법 유명무실?

2012년 6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친족도매 거래제한법'이 본격 시행됐다.

병원이나 약국에 2촌 이내의 친족이 운영하는 도매업체는 거래를 할 수 없는 조항이 친족도매 거래제한법의 핵심이다.

의약품 도매상이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의 임원 및 그의 2촌 이내의 친족, 해당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해당 법인의 총출연금액·총발행주식·총출자지분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 출연 또는 소유하는 자 및 해당 법인의 임원 구성이나 사업운영 등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등은 의약품 등을 판매할 수 없다.

친족도매 거래제한법 시행 후 한림대 성심병원의 직영도매로 여겨졌던 소화는 인산MTS로, 고려대병원 직영도매로 의심받아온 수창양행은 수창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병원과의 연결고리를 정리했다.

당시 소화는 한림대 의료법인 이사장이 72% 가량의 지분을 보유했었고, 수창양행은 고려중앙학원 이사가 50%의 지분을 보유했다.

하지만 최근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의료기관들이 제3자 명의를 빌려 설립해 사실상 병원 직영도매로 운영되는 경우는 잡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탄생한 도매업체인 팜로드가 이러한 허점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매업계는 팜로드를 경희대의료원 직영도매로 의심하고있다. 팜로드는 경희대학교가 지분 49%를 투자하고 국내 유통업체 대표 친인척들이 출자해 설립한 도매업체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의료원(CMC) 납품을 맡고 있는 비아다빈치도 유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CMC는 과거 보나에스라는 도매업체를 통해 의약품을 납품받았는데, 친족도매 거래제한법 시행 후 비아다빈치로 납품업체가 변경됐다.

비아다빈치 정영숙 대표는 메리놀병원 기획실 출신으로 20년간 가까이 보나에스에서 근무했던 인사로 알려졌다. 친족도매 거래제한법이 시행되자 지분관계만 정리한 사례로 꼽힌다.

도매업계는 현행 약사법에 세부규정 등을 마련하지 않는 경우 친족도매 거래제한법 관련 규정을 쉽게 피해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병원 직영도매 설립 무슨 장점?

직영도매업체는 병원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도매업체 위에 도매업체라고 불려왔다.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납품에 우월적 지위를 갖고, 납품가 할인 등 제약사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의약품 구매액 800억원대인 모 병원의 직영도매업체로 의심받는 한 회사의 경우 납품 업체들에게 저마진을 요구하면서 납품을 포기하는 업체가 나오기도 했다.

병원은 직영도매를 활용해 의약품 납품 단가를 낮출 수 있었고, 해당 회사 역시 도도매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매해 폭발적인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렇게 수익을 올린 병원 직영도매업체는 기부금의 형식을 빌어 해당 병원에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직영 도매업체가 해당 병원에 거액의 기부금을 냈던 모습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아다빈치는 2012년 성가소비녀회 등에 265억원, 성빈센트 드뽈자비수녀회에 10억원을 기부했으며, 이듬해에도 성가소비녀회에 265억원을 사람과세상에 320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세브란스 병원 직영도매로 활약하던 제중상사(現 안연케어)는 2000년도 연세대학교에 122억원 가량의 기부금을 냈고, 2001년에는 77억원 가량의 기부금을 냈다.

또 수창양행(現 수창)도 2010년 15억5,000만원을 고려대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같은 기부금 문제는 2013년 감사원의 문제제기 이후 감사보고서에서 사라졌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자금이 흘러갈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직영도매는 공급비율, 지분 등과 무관하게 막대한 힘을 보유하게 된다. 마진 문제가 가장 크게 우려된다"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으로 보여 업계가 우려하는 바가 크다. 세부적인 규정이 없다면 설립 자체를 막거나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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