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상 이상소견 발견 못해…응급실 진료기록·영상의학과 전문의 보고서 확인하지 않은 점 과실로 인정

법원이 오진으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 3명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의료계 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지난 24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소아과 의사 A씨에게 금고 1년6개월을, 응급의학과 의사 B씨와 가정의학과 전공의 C씨에게 각각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D군은 지난 2013년 5월 27일 오전 12시 50분 경 복부통증으로 성남 J병원에 내원했다.

D군을 가장 먼저 진료한 B씨는 X-ray 검사 결과, 좌측하부폐야의 흉수를 동반한 폐렴 증상이 관측됐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비특이적 복부통증’으로만 진단했다.

또 D군 보호자에게 X-ray 사진을 보여주며 ‘변이 많이 찼다’라고 설명한 후 변비와 소화기 장애에 대한 치료만 실시하고 외래진료 받을 것을 안내하며 환자를 귀가조치 했다.

같은 날 오후 환자는 다시 J병원에 내원했고 소아과 과장 A씨는 D군이 당일 새벽 같은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치료를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응급실 진료기록과 흉부 X-ray 사진을 확인하지 않고 이상 소견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변비로 진단한 후 이틀 후 내원하도록 설명한 뒤 환자를 돌려보냈다.

특히 같은 달 30일 오전 10시 30분경 D군이 3차 내원했을 당시에도 ‘흉부 X-ray 사진상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는 같은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이상소견의 원인을 찾기 위한 추가 검사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호자에게도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

C씨 역시 6월 8일 오후 3시경 4차 내원한 D군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과거 내원 당시의 의무기록과 X-ray 촬영 결과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또 당일 촬영한 X-ray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을 인식하지 못해 추가 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보호자에 대한 설명 및 상급자에 대한 보고 없이 D군을 변비로 진단하고 귀가시켰다.

결국 D군은 이튿날인 6월 9일 오전 10시경 분당 H병원에서 ‘횡경막 탈장 및 혈흉’을 원인으로 저혈량성 쇼크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들은 횡경막탈장을 예견하기 어려웠으며, D군의 사망과 그간의 의료행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D군의 사인이 불분명하고 흉부 X-ray 사진을 보더라도 횡경막탈장의 증상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으며 필요한 검사를 시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예견하거나 방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D군은 진료행위 이후의 사정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B씨는 “초기에 응급처치를 다 했고 흉수 처치를 하지 않은 것과 흉부 X-ray 상의 이상소견을 진료기록지에 기록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이 아니다”라며 “당시에는 횡경막 탈장 여부가 불확실 했고,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어서 관장만 실시했는데 이러한 행위와 D군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또 “증상이 호전돼 걸어서 응급실을 퇴원한 D군이 12일 만에 횡격막탈장으로 사망하게 되리라고 도저히 예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C씨 역시 “이상소견을 발견해 바로 상급 병원에 전원해 수술했더라도 D군이 사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등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법원은 “A씨가 D군이 5월 27일 새벽 응급실에 내원해 검사받은 결과를 확인했으면서도 이상소견을 인지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면서 “‘흉부 X-ray 사진상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는 같은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보고서 역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어 “D군이 처음 촬영한 흉부 X-ray 영상에 횡경막탈장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있었고, 이 이상소견이 6월 8일 촬영한 사진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이에 비춰 보면 D군의 횡경막탈장 발생 시기는 5월 27일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B씨에 대해서는 “X-ray 영상 이상소견은 애매한 수준이 아니라 명백했으며, X-ray 필름에서 보일 정도로 형성된 원인 불명의 흉수라면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일 수 있으므로 호흡기 증세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적극적인 원인 규명이 시작됐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B씨는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추가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한 점을 종합했을 때 B씨의 과실과 D군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C씨에 대해서도 “만약 6월 8일 D군의 이상 소견을 발견해 상급병원으로 전원조치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D군이 현재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C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 등이 업무상 과실로 한 초등학생의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했고 의료진 중 누구라도 정확하게 진단했더라면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가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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