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문가평가제 토론회서 독립 기구 설립 한 목소리…정부도 긍정 입장 밝혀
"처분권한 내어주는 자세 필요" vs "섣불리 만들면 규제일변도 가능성 높아"

대리수술과 프로포폴 오남용 등 일부 의사들의 일탈로 곤혹을 겪고 있는 의료계가 내부 정화 및 자율징계를 위해 독립된 면허관리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설립 시기에 대해선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4일 서울역사 대회의실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확대는 물론 나아가 독립적인 의사면허관리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강원도의사회 강석태 회장은 “일부 의사들의 부도덕적, 비윤리적 행위로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한 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적극적 자율 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 “인도네시아나 태국 같은 곳에서도 면허와 자율징계권이 잘 마련돼 있다”면서 “의사회도 국민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지만 정부도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 입장에서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위원은 “향후 면허관리 주체는 궁극적으로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단 의협에 면허관리를 맡기면 전문성은 있지만 공정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것이고 정부가 맡아서 하면 행정력은 있지만 전문성은 떨어지고 통치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외국처럼 전문가의 판단과 자율성이 존중되고 독립성이 확보된 제3의 단체를 만들어 면허관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느 집단이 힘을 얻어 행동하려면 내부적인 합의와 결속이 필요하며 그 방법은 이념무장에서 시작된다”면서 “왜 면허관리를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지, 자율을 택할 것인지 타율의 간섭에 끌려갈 것인지 의사단체 전체에 집단적인 이념무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조계도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 신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변호사(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벌써 수십년 전부터 자율징계권을 가지고 전문가단체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면서 “과연 의사들이 수십년 전의 변호사들보다도 자율적이지 못한 것이냐. 정부가 정말로 자율징계권을 부여할 생각이 있다면 시범사업도 좋지만 먼저 행정처분 권한을 내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립 면허관리기구 신설에 공감하면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광주광역시의사회 홍경표 명예회장은 “독립된 면허관리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궁극적으로 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시기상조다. 요원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면허관리기구가 정부 산하에 있든, 독립돼 있든 문제가 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의협은 행정력이 부족하다. 두 곳 모두 제대로 면허관리를 한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제3의 독립기관이 만들어진다면 행정력과 전문성 둘 다 문제가 된다”고 했다.

또 “면허관리기구 특성상 긍정적인 장려보다는 규제하는 성격이 강할 것”이라며 “현재 성숙되지 못한 규정을 가지고 섣불리 기구를 만들면 규제 일변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문가평가제를 의사회 내 윤리위원회처럼 독립된 기구로 만들고 충분한 경험을 쌓은 후 제3의 독립기관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한편 복지부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확대는 물론,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 신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독립된 면허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복지부도 동의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면허 발급은 물론 징계에 대한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면허의 발급을 국가에서 하다 보니 자격정지나 취소 등의 처분을 복지부장관이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계가 실질적인 자율규제 권한을 달라는 의미는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조사를 하고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를 거쳐 기간을 정해 처분을 요청을 했을 때 복지부가 이를 존중·귀속해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또 “아쉬움 점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진행한 곳이 경기도, 광주, 울산 3개 지역, 건수로는 16건 밖에 안 된다”면서 “시범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이런 케이스가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문가평가제가 확대되기 위해선 (평가단에)조사 및 자료제출 명령 권한이나 제도 운영에 필요한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둘 다 복지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의협과 복지부가 협업해 조속히 실질적인 자율규제권이 부여되고 더 나아가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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