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

2016년 7월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 대학병원의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촉발된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설립 문제는 2017년 11월 공공보건의료 발전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지난 2월 서남의대가 폐쇄됨에 따라 49명의 정원을 분배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고 4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당정협의에 따라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설립이 결정됐다.

정부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설립 목적으로 ▲공공보건의료의 필요에 부응하는 최고수준의 의학교육 및 직업경로 제시 ▲의료의 공공성 강화 및 공공보건의료를 선도해 나갈 국가의 핵심의료전문가 양성 ▲필수의료의 지역 공백을 메울 의료인력 양성 ▲통일의료와 국제보건의료의 역량을 갖춘 전문 의료인력의 양성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리고 공공의료 트랙제를 도입해 70%의 공공병원 임상의사 트랙(공공의료 트랙), 20%의 공공보건 전문가 트랙(공공보건 트랙), 10%의 국제 보건 전문가 트랙(국제보건트랙) 등으로 구분해 트랙별로 학생을 실습기관에 파견하고, 학생선발, 교육과정, 수련과정, 인력 관리면에서 기존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과 차별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의학교육이나 의료계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의학회 수련교육이사로서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입학 전형, 교과 및 수련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학생선발에 있어서 공공보건 의료 대학 설립 목적에 합당한 인재와 의학 전문대학원 체제를 통해 성숙한 동기를 가진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면서 기존의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은 모두 단순한 성적에 따른 학생선발을 하고 공공 보건의료에 합당한 인재를 선발하지 못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의 학생 선발에 획일화된 기준이 강요되고 있는 현재 제도상의 모순에 의한 것으로, 100% 의과대학 및 100% 의학전문대학원의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의 한국을 책임질 의료 인재 양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전형 방법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한 입학정원을 배정하는 게 보다 내실 있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기존 전국 의대·의전원 교과과정에 차별성이 없고 공공의료 분야의 교육 목표 및 역량 설정이 부족하며 상급 종합병원 위주의 실습 교육이 행해지고 있어 지역사회 및 공공 보건 의료 분야 교육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은 공공보건의료분야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된 교육과정을 운영해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사명감과 정체성이 투철한 인재로 교육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의전원은 진료의로서 역량을 갖춰 국민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학교별로 독창적인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의료 전문가로서 기본 지식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매진하고 있다. 일차 진료의로서의 역할과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함양하기 위한 교과 과정도 진행하고 있으며 의대·의전원 인증 평가라는 시스템을 통해 이를 검증받고 있다.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역시 70%의 공공병원 임상 의사 트랙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의과대학/의전원의 교과 과목을 답습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수련과정과 관련해선 기존 전공의 수련이 상위권 상급 종합 병원을 선호하고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수련과 세부 전문 분야에 집중된 수련 제도이기 때문에 공공의료대학원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출신 지역 공공 병원에서 필수 임상과 중심 수련, 보건의료 정책 기획 및 조정 수련과 국제기구에서의 국제 보건 의료 분야 실습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수련 제도가 지역 쏠림 방지를 위해 수도권 및 지방간 균형(6:4)과 공공병원의 정원 비율 유지(인턴 10%, 레지던트 8%)를 지침으로 전공의 정원을 배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며 국립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의 타당성을 주장하기에는 다소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

특히 현재 병원 수련환경 서류 및 현지 방문 평가를 통해 살펴본 바에 의하면 기존의 공공병원에서 수련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완될 점이 많으므로 재정적으로 계상된 예산을 상회하는 더욱 큰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또 국립 공공의료대학원의 수련내용인 보건의료 정책 기획 및 조정 역시 아주 전문화된 사항으로, 세부전문 분야에 집중된 기존의 예방의학전문의 과정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차별성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과거 여러 정책들을 시행하면서 많은 문제가 야기된 것처럼 신중한 접근 없이 공공의료대학원 정책이 진행될 경우 예상과 달리 부실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현재 인구 1백만명당 0.8개의 의대·의전원을 가지고 있어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나라이다. 이는 실제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재원, 학습 공간 및 교육하는 인적자원 등이 다소 비생산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함으로써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질적인 향상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기존 의대·의전원의 학생선발에 자율권을 보장해 공공의료에 동기화된 인재를 선발하게 하고, 기존 의대·의전원에 속해 있는 예방의학교실에서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 보다 내실 있는 수련교과과정을 제시하는 공공의료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이란 고사성어가 있고 교육은 100년 대계라는 말이 있다. 공공의료대학원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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