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형식적인 인증제 꼬집는 동영상 온라인서 화제
서울대병원 "동영상 내용 사실과 달라…평가 바뀐 후 필요한 것만 암기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앞두고 평가 준비를 하는 간호사들의 고충을 상황극으로 제작한 영상이 화제다.

영상 제목도 '이 죽일 놈의 인증'이다. 지난 20일 유투브에 업로드 된 영상은 서울대병원 최원영 간호사 등 간호사들이 직접 참여해 벼락치기로 인증제를 준비하는 병원의 모습을 담았다.

간호사들은 인증제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며 병원은 4년 중 4일만 인증제 1등급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은 서울대병원이 3일간 ‘의료기관 인증평가 리허설’을 공지하고 인증 평가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하는 상황을 그렸다. 이 기간에는 평소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외래진료실의 예약을 줄여 받으며, 공장같이 돌아가던 수술장도 수술 스케줄을 줄인다고 했다.

상황극으로 표현된 ‘인증리허설’에서는 선배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에 ‘환자의 권리’ 등에 대해 돌발퀴즈를 내며 답변하지 못할 경우 화를 내는 모습이 연출됐다.

최 간호사는 “바야흐로 인증제의 시즌이 돌아왔다. 간호사들에게 인증평가는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악몽”이라며 “1등급을 받기 위해 병동마다 인증준비팀을 꾸리는 등 이런 난리가 없다. 병동 단톡방(단체채팅방)에는 끊임없이 공지가 올라온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쪽지시험 보는 중학생도 아니고 마주칠 때마다 돌발퀴즈를 낸다. 유치원, 학예회도 아니고 다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며 “의료기관인증 1등급을 받기 위해 갖춰야할 것들을 벼락치기로 준비하는 병원, 하지만 4년 중 4일만 조건을 충족시키는 병원”이라고 했다.

인증 평가단도 병원에서 벼락치기 식으로 인증제 평가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 간호사는 “인증단은 공무원이 아니라 다른 병원의 간호관리자다. 우리 병원의 부장, 과장도 다른 병원의 인증단으로 간다”며 “병원들이 벼락치기로 준비한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고 지적했다.

최 간호사는 “아시다시피 NICU 신생아 사망사건이 있었던 이대목동병원도 (인증) 1등급이었다”며 “그런 비극이 있고 난 후 병원과 인증평가기관은 뭔가 느낀점이 없는 것인가. 이대로 괜찮은가”라고 반문했다.

최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서울대병원은 인증 1등급 병원입니다’고 광고할 게 아니라 ‘서울대병원은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만 1등급 병원입니다’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며 “환자에게 사기치는 병원이 아니라 1등급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이 되길 바란다. 형식적인 인증제를 뿌리뽑자”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이번 동영상과 관련해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인증기간 동안 인증 평가를 이유로 예약환자를 줄이지 않았으며, 수술 스케줄을 줄이는 일도 없었다는 게 서울대병원의 설명이다. 특히 암기식 평가 준비도 평가방식 변화에 따라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과거 인증 방식이 바뀌기 전에는 평가가 암기를 요했기에 일부 그랬던 것”이라며 “하지만 평가가 바뀌면서 ‘응급 시 화재에 대처하는 방법’ 등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서만 암기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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