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근 의원 “이해 불가능한 수준의 계약업무 행태…특정업체 배제의혹은 합리적 의심”

대한적십자가 과거 혈액백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입찰조건을 변경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민원조사 보고서: 혈액관리본부 혈액백 구매계약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적십자사가 A사의 입찰을 막으려는 취지로 입찰조건을 세 차례 변경했다”고 22일 밝혔다.

적십자사 감사실은 지난 2016년 6월, A사로부터 ‘입찰기회를 부당하게 제한받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지난 2012년 10월 30일 ‘혈액백 입찰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입찰자격에 ‘3년간 연 13만 유니트 이상의 납품실적’ 요건을 신설하려 했다.

당시 국내에서 사용되는 혈액백 대부분이 B사로부터 공급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같은 규정은 다른 업체의 신규진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결국 같은 해 12월 감사실이 ‘계약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감사 의견을 제시해 해당 자격요건은 삭제됐다.

하지만 2013년 4월, 적십자사가 입찰자격 요건에 ‘국내 제조시설 생산’을 신설하면서,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A사는 입찰에 참가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2월 적십자사 구매팀은 A사가 혈액백 입찰을 준비 중인 사실을 인지한 후, 가격경쟁력 때문에 낙찰가능성이 높아 기존의 국내업체가 혈액백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C구매팀장은 A가 중국 제조시설에서 생산한 혈액백으로 입찰에 참여하려 한다는 점을 두고 ‘유사시 적성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중국의 제조시설로부터 혈액백을 공급받지 못하게 돼 국가혈액사업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혈액관리본부는 국방부의 ‘전시 원활한 혈액공급이 중요하다’는 일반론적 답변을 바탕으로 입찰자격에 ‘전시 산업동원이 가능한 제조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명시해 본사에 계약을 요청했다.

이후 구매팀은 이 요건을 ‘국내제조업체’라는 의미로 판단하고 입찰계약 공고에 해당사항을 기재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실은 ▲중국을 잠재적 적성국가로 판단한 근거가 미흡하고 ▲A사 생산시설이 중국 외 제3국에도 있다는 점을 구매팀장이 이미 인지했으며 ▲자사 혈액사업 관련물품으로 중국산 물품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투명성 강화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 의원은 적십자사가 지난 2016년 6월에 입찰조건을 사전공개하는 과정에서 ‘보조혈액 저장용기에 한해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을 새로 포함한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C사와 D사는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트리옥틸 트리멜리테이트’를 사용한 혈액보조백을 생산·납품하고 있었으나, A사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고 있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또 지난 2016년 6월 22일 적십자는 혈액백 입찰조건 사전공개를 실시했지만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용 혈액보조백 규격을 다시 검토하는 등 입찰공고를 차일피일 미뤘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B사와 D사는 계약을 무려 6차례에 걸쳐 연장했으며 이에 따라 계약기간이 3년 1개월까지 늘어났다.

이에 대해 신동근 의원은 “2011년 이후 적십자사의 혈액백 계약현황을 살펴보면 B사는 건당 100억원 안팎의, D사는 40억원 대 계약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사가 여러 계약조건을 신설하며 이들 업체가 혈액백 계약을 따내도록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 했다는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어 “비록 이번 계약에서는 A사에 대한 입찰을 가로막는 신설조건이 없었지만, 해당업체가 포도당 함량미달로 탈락되면서 또 다시 입찰 투명성이 도마에 올랐다”면서 “이런 의혹들이 쌓인 탓에 올 혈액백 입찰 계약건이 큰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적십자사의 이해 불가능한 계약업무 행태를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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