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출입했지만 단순보조, 위법 아냐"…전문가들 "외부인 수술대 서는 건 불법"
과거 영업사원 봉합 수술 진술 확보해 수사 의뢰…김순례 의원 "강도 높은 감사 필요"

국립중앙의료원이 의료원 내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 수술보조 의혹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영업사원이 실제 수술장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새로운 기구나 사용 빈도가 적은 소모품에 대해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 영업사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수술실 출입자체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분명히 그들에게는 넘지말아야 하는 선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립의료원의 ‘영업사원의 수술참여 의혹에 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원은 지난 10월 2일 본지 최초 보도 후 이날부터 4일까지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대상자는 수술집도의인 흉부외과 A전문의, 신경외과 B과장, 수술참여 간호사 6인, 의료기기 영업사원인 M사 직원, G사 직원, L사 직원 등으로, ▲영업사원이 의료기사 업무를 했는지 여부 ▲영업사원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는지 여부 ▲과거 다른 수술에서 영업사원의 수술 참여 여부를 조사했다.

감사결과 언론에 공개된 지난 9월 12일 수술건에 대해서는 M사 직원이 수술실에 들어와 수술대에 함께 있었던 것은 맞지만 ‘환자수술 부위 확인을 위해 C-arm영상을 찍는 과정에서 C-arm을 촬영이 가능하도록 위치를 조정했다’고 확인했다.

또한 M사 직원이 ‘수술가운을 입고 mesh cage 삽입과 관련된 기구를 소독된 테이블에 펼치고 정열했지만 소독 간호사들이 사용하는 테이블이 아니고 옆에 별도로 마련된 준비 테이블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본지 보도 당시 삽입된 수술장면 동영상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M사 직원의 의료행위 여부와 관련해서도 역시 혐의 없음 결론을 냈다.

이날 해당 수술에 참석한 의사, 간호사 등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M사 직원이 수술대에서 흡입막대(suction tip)를 들고 신경외과장인 B씨와 대화를 하면서 수술부위에 흡입막대를 대는듯한 동작을 하다가 흡입막대를 수술대에 내려놓는 장면’이 유출됐을 뿐 직접 의료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국립의료원은 과거 B과장의 다른 척추수술에서 의료기기회사 직원의 의료행위가 있었다는 수술실 간호사의 진술을 확보, 과거 수술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자 진술, 법률자문 등을 거쳐 향후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의료원의 이같은 자체 감사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가 대표 공공병원의 한 곳으로서 반성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영업사원이 수술대에 오르기는 했지만 소독된 수술복을 입고 의사에게 사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흡입막대를 잡았을 뿐'이라는 해당과장의 진술과 이를 토대로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국립의료원 감사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척추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 나온 기구도 많고 업체별로 사용법이 제각각이어서 영업사원에게 의사들이 사용법을 배울 수밖에 없다. 경력이 많은 기구상의 경우 익숙지 않은 전공의보다도 기구를 잘 다루다보니 간혹 기구상이 수술실에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원칙적으로 영업사원이 수술방에 들어오는 경우 스탠드에 올라 마스크를 쓰고 서서 레이저 포인트 등을 사용해 사용법을 안내하도록 돼 있다”며 “의료인이 아닌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와 수술대에 선 것은 분명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정형외과나 척추수술의 경우 기계가 많고 복잡하다. 기구 사용법을 대학에서 배우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 사이에서도 어디까지를 불법으로 볼지 의견이 나뉜다”며 “하지만 영업사원이 들어가더라도 수술 필드에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크럽을 하고 수술대에 섰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스크럽을 하고 들어갔다는 것은 손을 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한 것”이라며 “그런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순례 의원실은 이번 국립의료원 자체 감사결과에 대해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수술장 입장까지 확인했음에도 의료행위와 보조행위를 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식의 국립의료원의 자체감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의료원이 아닌 보건복지부 이상의 기관을 통한 강도 높은 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의원은 영업사원의 수술보조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고지되지 않은 것에 대해 ‘영업사원의 수술보조를 환자와 보호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며 문제없다는 결론을 낸 감사결과에 대해 “수술에 의료진이 아닌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참여했음에도 이를 환자에 알릴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철저한 외부 감사를 통해 국립의료원의 면피용, 무사태평 흉내 내기식 감사를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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