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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남북 평화 시대 여는 마중물 ‘한반도 건강공동체’[청년의사-통일보건의료학회 좌담회] ① 왜 ‘한반도 건강공동체’인가
  • 송수연 기자
  • 승인 2018.10.02 12:34
  • 최종 수정 2018.10.0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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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9.19 평양공동선언문 중)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 남북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만간 보건의료 분야 남북 교류가 활성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건의료 분야는 정치나 이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여겨져 왔지만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았던 지난 몇 년간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도 사실상 단절돼 왔다.
지난 세월을 반면교사로 삼아 남북 보건의료의 미래를 준비할 때이다. 청년의사는 통일보건의료학회와 함께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건강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① 왜 ‘한반도 건강공동체’인가
② 한반도 건강공동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사회: 통일보건의료학회 신현영 홍보이사(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토론: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통일보건의료학회 김신곤 학술이사(고려의대 내분비내과)
통일보건의료학회 박상민 대외협력이사(서울의대 가정의학과)
통일보건의료학회 윤석준 정책이사(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올해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났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종선 선언’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야 말로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 시대를 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단절됐던 남북 교류·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남북 대화가 순조로웠던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와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달라진 남북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건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통일보건의료학회가 내세운 ‘한반도 건강공동체’라는 개념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통일보건의료학회는 남북 교류·협력을 한반도 건강공동체 개념으로 접근한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를 지난 9월 발간했다. 이 분야 전문가 20여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통일보건의료학회 신현영 홍보이사, 전우택 이사장, 김신곤 학술이사, 박상민 대외협력이사, 윤석준 정책이사.

신현영(사회): 기존에는 ‘통일’이라는 용어를 흔하게 사용해 왔다. 통일이라는 용어 대신 ‘한반도 공동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우택: 분단 70년만에 한반도 정세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작은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통일이라는 용어는 이중적인 측면을 갖는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등장하고 있다는 측면을 봐야 한다. 북한이 비정상적인 국가로 있을 때 통일은 남한 주도의 흡수 통일 형태를 의미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등장하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던 통일과는 멀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의 남북 관계를 생각해야 할 시점에 들어서고 있다는 의미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최종적인 목표이고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남북 주민의 합의에 따라 통일은 돼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훨씬 더 복잡해 졌다. 복잡한 중간과정에 대한 명칭이 ‘한반도 공동체’라는 개념이다. 1차적으로 남북은 철도 연결이나 관광 등 한반도 경제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한반도 문화공동체, 한반도 교육공동체, 한반도 복지공동체 등이 이뤄지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정치공동체’와 ‘한반도 안보공동체’가 형성되면 소위 통일 직전 단계로 가는 상황이 될 것이다.

사회: 그렇다면 ‘한반도 건강공동체’란 어떤 의미인가.

전우택: 한반도 건강공동체는 다른 영역과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가장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평양공동선언에서도 나왔듯이 전염병 유입·확산 방지나 의약품 등과 관련된 내용은 다른 영역보다 빠르게 남북 합의와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반도 공동체를 만드는 상징적인 사업을 먼저 시작할 수 있다. 한반도 건강공동체는 한반도 공동체를 주도하는 성격을 갖는다.

사회: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담은 게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라는 책이다. 관련 분야 전문가 20여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가 설립되기 전에도 각 영역에서 통일 관련 연구 활동을 하는 학자들은 많았다. 그리고 2014년 학회가 설립되면서 함께 모여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고 이를 책으로 집대성했다.

김신곤: 2014년부터 매년 두 번씩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준비해 왔다. 의학뿐만 아니라 치의학, 간호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질 높은 내용들을 담을 수 있었다.

청년의사와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지난 1일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주제로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을 ‘한반도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한반도 건강공동체가 이를 주도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의 사례를 봐도 보건의료 분야가 동독과 서독의 통일을 주도한 느낌이다.

윤석준: 동독과 서독은 1974년 4월 25일 ‘보건의료협정’을 맺었다. 그리고 16년 6개월 뒤인 1990년 10월 통일됐다. 보건의료협정이 독일 통일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동독과 서독은 보건의료협정을 맺기 전 1972년 기본조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그 내용의 상당부분은 냉전 문제 등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통일 전까지 지속적으로 교류·협력이 있었던 분야가 보건의료고 그 토대가 된 게 보건의료협정이었다. 보건의료협정을 통해 의료인력 교류협력 뿐만 아니라 대규모 항생제 지원도 가능했고 그런 분위기가 통일 직전까지 유지됐다.

정치 질서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 간 협정이라는 약속을 하는 게 좋다. 그게 토대가 되고 연결고리가 돼 다른 형태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김신곤: 동독과 서독은 통일되기 16년 전에 보건의료협정을 체결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준비가 늦다. 남북이 세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번 평양에는 다양한 분야 관계자들이 수행원으로 갔지만 보건의료 분야 대표자는 한명도 없었다.

윤석준: 남북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근거가 담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보건의료 분야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갈등 소지가 생긴다. 병원 설립 등 하드웨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과다하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19대 국회에서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남남 갈등’을 줄이고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되는 게 중요하다.

전우택: 보건의료 분야 지원에 대해 총론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때문에 남남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소위 보수와 진보 정치 그룹 간 갈등뿐만 아니라 정부부처나 전문가 집단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국내 전문가와 해외 전문가의 의견도 다를 수 있다.

남과 북이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 북한은 하드웨어적인 지원을 더 원하지만 우리 쪽에서는 재원이 많이 드는 사업은 지원하기 힘들다고 할 수도 있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히 토론하고 준비해야 한다.

박상민: 대한의사협회도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에 관심이 있고, 많은 학회들이 최근 들어 관련 분야 심포지엄을 개최하거나 발표를 하고 있다. 정치와 이념을 떠나 보건의료계 내부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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