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통일보건의료학회 홍보이사(한양대명지병원 가정의학과)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고양시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다. DMZ와 근접한 남한지역은 말라리아 발생률이 높은데 이는 북한 말라리아 발생 추이와 프리마퀸 항생제 보급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사스 유행시기에 남한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고, 신종플루 당시 남한이 북한에 타미플루를, 메르스 시기에는 열감지 카메라와 마스크를 지원하는 등 감염병은 남북한 교류 협력에 있어 중요한 이슈이다.

신현영 통일보건의료학회 홍보이사(한양대명지병원 가정의학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에 대한 조치를 포함한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는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과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 이후 11년 만에 보건의료분야에서 남북관계가 진일보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남북 사이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신종 감염병이 남한에서 북한으로, 북한의 결핵과 간염, 말라리아와 같은 기존 감염병들이 남한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염병 대응 파트너십의 강화가 이번 만큼은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협력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안과 함께 법적•제도적 근거를 탄탄하게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작년말 북한 귀순병사의 뱃속에서 발견된 기생충들과 옥수수 알갱이들은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상황을 간접적으로 말해 주었다. 북한의 산모와 영아 사망률은 남한의 8배 이상이며, 소아 사망 원인 중 영양실조는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남북한 평균 수명의 차이도 남자는 12세, 여자는 11세로 지난 73년 분단의 세월 동안 건강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왔다. 서독과 동독이 통일 16년 전부터 보건의료협정을 맺고 건강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같이 했던 것처럼 우리도 이제 한반도 건강공동체 형성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북한도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여 만성질환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의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북한의 호담당의사제, 예방의학중심의 의료제도는 포괄적, 지속적 의료를 지향하는 남한의 커뮤니티케어와 일부 공통된 부분이 있다. 남한의 발전상을 토대로 북한의료의 장점을 접목한다면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구축하는데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북한도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대형병원 설립, 의학연구소, 의료품 공장의 생산활동을 활성화하면서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남북의 의과대학과 병원간 결연을 통해 임상경험을 공유하고 학술교류를 활성화 한다면 한반도 공동체 형성 과정 자체가 새로운 의학 영역으로서의 가치를 빛낼 것이다.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생활환경의 차이로 인해 달라지는 남북한의 질병 양상의 차이를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러한 연구들이 추후 남북한 상호이해에 도움을 주고 보건의료영역에서의 효율적이며 체계적인 융합방안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양적인 성장을 통해 민•관 의료기관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남한의 어려운 보건의료 상황에서 통일 의학은 다음 세대에게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통일에 관심이 높을수록 통일보건의료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라는 의학도 대상의 연구에서처럼 보건의료인 양성과정에서부터 한반도 공동체 형성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차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보건의료인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주체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지금부터 한반도 건강공동체 형성을 위한 보건의료영역에서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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