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의료인공지능학회 추진위원회 서준범 위원장(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인공지능 혼돈의 시대, 학회가 중심 될 것…국민에 제대로된 인식 심어줘야”

오는 10월 22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의료인공지능과 관련한 의료계, 공학계,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이는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창립총회 및 기념 심포지엄이 열린다.

인공지능이라는 특성상 의학-공학-산업이 함께하는 융합연구와 산업화가 중요함에도 ‘판’을 깔아줄 수 있는 단체가 없다는 고민에서 출발한 움직임이 결실을 맺게 됐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교육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학회 창립 아이디어를 세운 학회 추진위원회 서준범 위원장은 의료인공지능학회는 ‘융합학회’로 구성원의 다양한 요구를 모아 실제 도움되는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융합학회는 일단 만들어 놓으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고 손도 많이 간다”며 “(의료인공지능학회 추진위에 참여하는) 우리도 고민을 많이 했다. 작년 말부터 모임을 했고 올 초부터 학회로 가는 것이 맞다고 의견이 모아져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장은 의료인공지능과 관련한 연구, 기술개발, 현장 적용 등이 혼재된 혼란의 시기에 학회가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 위원장은 “의료인공지능은 다른 분야와 달리 연구를 통해 기술이 개발되면 회사가 붙어서 기술을 성숙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매일 폭발적으로 기술이 발전한다”며 “때문에 개발 사이클이 짧고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분야다. 회사도 개발하고 병원도 개발하는 혼돈의 시대”라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하지만 의료분야는 규제산업이라는 특성이 있고, 검증되지 않으면 비도덕이 된다”며 “이런 점을 모르고 뛰어든 뉴플레이어들은 규제에 좌절하게 된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학회가 공통된 의견 표출을 통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융합을 표방한 학회인 만큼 분야별 참석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모아 조율하는 것도 학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서 위원장은 “의사는 같이 연구할 파트너가, 공학자는 의료데이터가 필요하고. 산업계는 인허가 등에서 도움을 받기 바란다”며 “학회라는 조직은 이런 의견들을 내부에서 정리해 공신력 있는 입장으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기술 속도, 산업화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 학회가 여러 의견을 모아 빠른 시간 내 공식입장을 내고 정책에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인공지능 알리기도 학회 역할

일반 국민들에게 의료인공지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향후 학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서 위원장은 “의료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의사가 만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국민들이 의사의 실수는 이해해도 인공지능의 실수를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국민들이 의료인공지능도 실수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의료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포용이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국민을 이해시키는 것도 학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의료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의료인공지능 활용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접근성이 높은 대신 의사를 만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설명을 잘하는 의료인공지능을 개발하면 우리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인공지능 활용, 의료기기 혁신부터

단기적으로 의료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분야로는 의료기기 혁신을 꼽았으며, 이런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의료재정이 아니라 산업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 위원장은 “단기적으로 의료인공지능은 (CT나 MRI 등의) 영상에서 이상 소견을 먼저 찾아 판독문을 미리 작성하거나 음성 녹취를 통해 각종 의무기록을 작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로봇수술기 등에 적용돼 의사의 잠재적 실수를 막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하지만 이것도 난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복지적 측면에서 사용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안전성, 유효성은 물론 경제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재정이 아니라 산업재정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학회가 이런 의견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의료가 가진 복지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산업화는 안되지만 업체가 단기간에 의료기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만들었을 때 수가를 통해 개발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태를 만나게 된다”며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 의료인공지능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인공지능 활성화, 규제 완화부터

의료인공지능의 대명사인 IBM의 왓슨을 국내에서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밝혔다.

서 위원장은 “왓슨은 미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이를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서 활용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왓슨은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 하는 것이며, 국내 의료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훈련된 의료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특히 왓슨과 같은 의료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한 곳은 대학병원이 아니라 2차 의료기관이나 수련의”라며 “지금처럼 대학병원 전문의가 데이터 넣어서 왓슨과 일치도를 보는 상황에서는 수가를 줄 수 없다. 큰 패러다임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내 의료인공지능 개발 활성화를 위해서 학회가 향후 규제와 관련한 이슈를 발굴하고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의료인공지능은 결국 얼마나 많은 의료데이터를 모으느냐가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동의를 구하느냐가 이슈가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흉부엑스선 이상을 찾기 위해 10만장의 엑스레이를 모아 작은 모듈을 개발하고 상업화한다고 했을 때, 10만명 환자 모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때문에 현재 미국, 영국, 중국 등은 상업적 동의에 대해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유럽은 이미 환자 동의가 면제되는 학술목적에 상업적 리서치도 포함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뒤쳐져 있다. 이런 문제를 풀지 않으면 의료인공지능 연구는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위원장은 “이런 규제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 관련 이슈들이 있을 것이다. 의학은 규제를 해야 하는 산업이 맞다”며 “하지만 규제 이슈와 이에 따른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우리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학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학회 첫 번째 단기 과제는 ‘교육’

학회 창립 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구성원 교육을 꼽았다.

서 위원장은 “학회에 참여하는 의학자, 공학자 모두에게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를 적절히 담아낼 그릇이 없었다”며 “요즘 공학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 코스를 마련하면 수강료를 몇십만원으로 책정해도 가득찬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하지만 어떤 교육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의학자들에게 공학 관련 교육을 들으라고 하면 어려워서 따라가지 못한다. 이게 융합학회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며 “협업을 하다보면 다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공하는 경험을 쌓을수록 내가 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 위원장은 “의학자와 공학자의 중간을 설정한 교육이 필요한데 이걸 만들기가 어렵고 지금 해주는 곳도 없다. 학회에서 이런 교육을 만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료인이 알아야할 인공지능의 핵심, 의료인공지능으로 뭔가 하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의료의 핵심을 교환하고 배우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 위원장은 “산업적으로 가치있는 의료인공지능 기술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술적인 대화 뿐만 아니라 이런 모임을 활성화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런 기술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사가 제안하고 공학자는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제안하는 등 회원 간 세미나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현재 발기인 참여 상황은 의료인이 반 정도 되고 산업, 공학이 각각 1/4 정도, 정책 관련 인사들이 소수”라며 “이런 구성이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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