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계도 수준으로 마무리…업계 일각선 "희귀의약품 개발 등의 경우 반영 안 돼"

금융당국이 내놓은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회계처리 지침에 관련 기업들이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감독지침'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회계처리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위원회는 지침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22개 제약바이오 업체에 대한 감리 결과를 경고 및 시정요구 등 계도 수준으로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신약은 3상 개시 승인부터 자산화 인정

먼저 금융위는 이번 지침을 통해 연구개발비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회계처리 역시 개별 업체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술 개발이나 유형별로 연구개발비 자산화가 가능한 단계는 구분했다.

금융위는 신약의 경우 임상 3상 개시가 승인이 되는 경우 자산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장기간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약의 안전성이나 약효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임상 3상 개시 승인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자산가치의 객관적 입증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임상 3상 개시 승인 이후 정부 최종 승인율이 약 50%에 불과해 3상 개시 승인 시점부터만 자산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바이오시밀러는 1상 개시 승인부터 자산화 할 수 있다. 1상 개시 승인 이전은 정부가 오리지널약과의 유사성 검증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일반적으로 자산가치의 객관적 입증이 어렵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미국의 경우 1상 개시 승인 이후 최종 승인율이 약 60%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제네릭은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을 받은 시점부터 자산으로 편입시킬 수 있다. 진단 시약은 제품 검증(허가신청, 외부임상신청 등)을 마치면 자산화가 가능하다.

개별 업체들이 해당 기준에 따라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 기술적 실현 가능성 판단에 필요한 객관적 증빙 자료를 제시해야 하며, 기준 前 단계에서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한 경우에는 감리 과정에서 회사의 주장과 논거를 더욱 면밀히 검토하라고 금융위는 전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원가 측정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개발비와 연구비가 혼재돼 구분이 어려운 경우 전액 비용으로 인식하도록 했으며,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한 금액에 대해서는 개발 단계별로 재무제표 양식에 맞춰 주석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4분기 중에 코스닥상장규정을 개정해 기술성이 있고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유지요건특례를 마련하고, 장기간의 영업손실 요건을 3~5년 등 일정 기간 면제키로 했다.

제약바이오 숙제는 여전히 남아

이번 금융위 발표에 대다수 제약바이오업체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오 A사 관계자는 "3상 정도는 진입해야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지침은) 합리적인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 투자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다. 3상은 대규모 자금유치가 필요한데 임상 개시 승인 시점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다면 투자유치도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중견의 B사는 약품 유형별로 기준이 제시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연구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B사 관계자는 "바이오 내에서 신약. 제네릭. 시밀러 등을 나눈 건 반가운 조치다. 다만 그 안에서 개별 기업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불만족스러운 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귀의약품 등과 같이 3상이 허가 후 진입하는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다수의 국가에서는 희귀약으로 지정되면 2상 후 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 부분까지 신약으로 분류되면 3상 개시 승인부터 자산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또 "금융위에서 업체별로 자율성을 어느정도 부여했지만 회계 때문에 위축된 회사들이 많다"면서 "사실상 자율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보수적인 기준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연구개발 보다는 회계를 의식해 화장품이나 건기식 등 부대사업에 더 치중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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