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계 들러리 세우며 회의 전부터 언론 플레이”…병협은 추이 지켜보기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 심사체계를 기존 청구건별심사에서 경향평가심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대한의사협회가 강력 반발했다.

의료계와 협의 없이 방향성을 설정하고 관련 내용을 언론에 먼저 공개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사무소에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1차 회의를 열고 내부적으로 논의해 온 개편 방향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심평원은 청구건별로 심사하고 기준을 초과하면 일괄 삭감하던 기존 심사 방식을 경향심사로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관련기사:심평원, 동료평가 기반으로 청구건별→경향심사 개편 추진)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경향심사에 대해 의료계는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라며 “경향심사는 하향평준화 진료 유도 및 집중 심사기관에 대한 선정 기준의 모호함 등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의료계를 위해 심사체계를 개편한다고 하면서 사전에 경향심사로의 방향을 잡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심평원의 이러한 행태는 매우 유감이다. 심평원은 원점에서 심사체계 개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의협 변형규 보험이사는 심평원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회의 도중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병원협회는 경향심사로의 개편이라는 방향성만 정해진 만큼 추이를 지켜본 후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병협 김상일 보험부위원장은 “복지부가 (경향심사에 대한)방향성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추이를 더 봐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것은 없다. 내일(20일) 이사회에서 이 사안에 대해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심사체계 개편에 의료계 목소리를 최대한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발표는 ‘향후 심평원의 심사 패러다임이 바뀐다’ 정도의 내용일 뿐이지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게 없다”면서 “알맹이가 없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의료계가 원하는 부분을 반영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동안 항상 의료계가 반대만 하다가 관에 끌려가기만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편 심평원은 의협과 협의 없이 회의 전 언론 브리핑을 한 이유에 대해 “이해관계자 논의를 위해 마련한 검토(안)에 대해 첫 회의를 앞두고 사전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는 자리였다”면서 “심사평가체계 개편의 이해당사자는 의협뿐 아니라 의료계 전반과 가입자 등도 모두 직접적 당사자에 해당한다. 이에 협의체도 관련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또 “향후 개편방향에 대해 공유하고, 협의체의 성격과 앞으로의 협의체 운영방향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오늘(19일) 발표된 논의(안)에 대해서는 각 위원 소속 단체 내에서 깊이 논의하고, 추가 의견과 대안 등을 가지고 협의를 지속키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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