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변호사 “당연지정제 하에서 지급 거부 범위 확대 부당…건보 시스템 깨뜨릴 수 있어”

“요양급여비용은 은혜적 차원의 보조금이 아닌 요양기관이 선투입한 비용에 대한 보전이다. 이중개설의 경우에도 정당한 진료가 이뤄졌다면 급여 환수는 부당하며 이에 대한 지급을 청구 하는 소송은 요양기관의 당연한 권리 행사다.”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는 최근 승소한 요양급여비용 등 지급청구 사건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의 의뢰인은 A요양병원을 운영하던 B씨로 지난 2016년 11월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4억3,389만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 지급 거부 통보를 받았다.

그 이유는 경찰이 공단에 ‘외형상으로는 C씨가 B씨에게 A요양병원을 양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C씨는 B씨를 고용, 월급을 지급해 왔고 이후 C씨가 D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법상 이중개설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B씨는 요양급여비용 이외에도 E지자체로부터 7,799만원 상당의 의료급여비용 역시 지급받지 못했다.

이에 B씨는 2017년 서울행정법원에 공단과 E지자체를 상대로 한 요양급여비용 등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요양급여비용 등을 지급함에 있어 지급청구권의 지급일자 다음날로부터 민법이 정한 연 5%의 이자와 소장부본 또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촉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한고 주장했다.

그러던 2018년 5월, 검찰은 “C씨가 이중개설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공단과 E지자체는 각각 요양급여비 4억3,161만원과 의료급여비 7,762만원을 B씨에 지급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 측이 주장했던 지연손해금(이자) 배상을 인정하며, B씨에게 공단과 E지자체가 각각 8,919만원과 617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공단과 E지자체가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지급했지만 민법 제479조 제1항(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의 순서)을 적용, B씨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요양·의료급여비용 원금이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 변호사는 “법원은 당연무효가 아닌 이상은 급여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없는 불법원인급여는 환수하는 게 맞지만 단순 법 위반인 경우에는 진료비 채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주는 은혜적인 측면이 강한 반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은 요양기관이 가입자 등에게 이미 요양급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의료기관이 선행적으로 이행한 급여(진료)에 대해 후불적으로 보전 받는 형태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할 경우 이행지체의 책임을 져야하고 소촉법상 규정된 이자 15%를 지급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위법한 지급거부로 인해 요양기관이 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면서 “결국 A요양병원도 문을 닫았다. 1년 넘게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데 어떤 병원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요양급여 채권은 쌍무계약”이라며 “요양기관이 진료를 정당하게 진행했다면 공단도 지체 없이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를 갖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경우 그때부터 민법상 5%의 이자가 적용되고 소장부본 등이 송달되면 15%이자를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지급 거부가 발생했을 때 빨리 소송을 제기하는 게 요양기관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했다.

특히 “현재 법원은 ‘이중개설의 경우에도 정당한 진료가 이뤄졌다면 요양급여비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결을 연이어 선고하고 있다”면서 “이중개설에 대한 환수 근거도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보다 (이중개설의)위법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에서 의료인 이중개설 시 환수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 조항이 마련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의료인이 이중개설을 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개설허가 취소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 등의 처분 및 처벌을 부과하는 법률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은 이중개설 시에도 의사가 정당한 진료를 했다면 이를 부당이득으로 환수하는 게 ‘헌법상 비례 원칙 위반’으로 본다”면서 “입법을 통해 환수 근거를 마련된다고 해도 여전히 위헌 문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가 국민에게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인이 개설한 요양기관을 강제지정하고 진료비 등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는 의료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다. 하지만 관련법령에서 받을 수 없는 돈의 범위를 확장해 당연히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비용을 주지 않는다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왜 운영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의료소비자 입장에서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만큼 좋은 제도가 없다. 하지만 건전하게 발전해야 한다. 보험자의 재정상태만을 위해 의료 공급자를 힘들게 하면 결국 건강보험 시스템이 깨지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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