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 기자간담회서 열악한 국내 중환자실 현실 지적

“중환자실 들어가면 죽는다 사회적 통념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많다. 중환자실 시설, 장비, 인력 등만 충분히 갖춰지면 이런 통념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지난 12일 대한중환자의학회가 ‘패혈증의 날’을 기념해 서울 용산구 중환자의학회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제형 기회이사(고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는 중환자실 개선을 위한 정부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날 중환자실 적정성 2차 평가결과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중환자실 적정성 2차 평가결과 1차 대비 종합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종별이나 기관별 편차는 여전했다.

종합점수는 전체 평균 58.2점→69.2점으로 11점이 상승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96.7점(최소80.5~최대100), 종합병원은 64.2점(최소18.5~최대100)이었다.

전반적으로 지표충족률이 높은 지표가 발생했는데 ‘중환자 진료프로토콜 구비율’은 평균 95.4%로 전 차수대비 12.5%p 증가했고 ‘심부정맥 혈전증 예방요법 실시환자비율’의 기관당 평균은 88.6%로 전 차수대비 16.3%p 증가했다.

전체 중환자실의 인공 호흡기 적용 환자중 심부정맥 혈전증 예방 요법 실시비율은 97.9%로 대부분의 중환자실에서 잘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간호사 1인당 중환자실 병상수’는 중환자실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나 1차 대비 거의 변동이 없었다(평균1.01병상으로 전 차수대비 0.09병상 감소)다고 지적했다.

현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지표는 중환자실 구조 부문에 치중(구조60, 진료40)돼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학회는 중환자실 수가체계 개선 TFT를 조직하고 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중환자실 수가체계 개선 및 중환자실 등급화 추진을 준비 중이다.

이 사업은 중환자 진료의 질적 수준 개선 및 향상(적정 전담전문의, 적정간호인력, 공간,시설 장비,프로세스 요건의 상향조정)과 중환자실 운영을 위한 적정 보험 수가 및 재정의 확보, (질적 수준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현 중환자실 관련 보험 기준 및 규정의 개선 및 현실화, 그리고 중환자실 입실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제형 이사는 “2차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병원은 64개로 1차 평가 대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그만큼 중환자실 퀄리티가 증가했냐고 전문가들에게 물으면 단언코 ‘아니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환자 관리는 중요 필수 의학임에도 외상, 응급 의료와 달리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자신들과 거리가 먼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중환자실 관리 재원을 대부분 병원이 부담하고 있다. 때문에 병원 간 중환자실 관리 및 운영에 편차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석경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도 “중환자실 1병상당 연간 1억원 적자가 발생한다”며 “병원 입장에서 중환자실 운영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날 우리나라 패혈증 사망률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이유도 열악한 중환자실 환경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홍성진 회장(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중화자실에서 패혈증 치료를 위한 조건을 갖춰야하는데, 현재는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1년 패혈증 사망률은 28.6%였지만 최근 계속 감소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의 역학연구에서도 중증패혈증 사망률이 지난 13년 동안 35.0%에서 18.4%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아시아16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Management of severe sepsis in patients admitted to Asian intensive care units; prospective cohort study, MOSAICS)에서 중증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44.5%였고, 우리나라 패혈증 사망률은 34.3%였다.

홍 회장은 “패혈증은 흔한 질환인데도 국민들은 잘 모른다. 혈압이 떨어지고 1분에 20회 이상 숨을 헐떡이며 정신이 혼미한 증상이 있으면 패혈증을 의심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 패혈증은 누구나 생길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