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9.20 목 16:16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DEEP DIVE
[기획] ‘심평의학’에 막혀 적정 치료 못받는 비결핵항산균 환자들주사제 오염 등으로 집단감염 늘어…급여기준상 쓸 수 있는 약 제한
  • 송수연 기자
  • 승인 2018.09.13 06:00
  • 최종 수정 2018.09.13 06:00
  • 댓글 2

주사제 오염 등으로 비결핵항산균(Nontuberculous mycobacteria. NTM)에 감염된 환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치료 과정 자체가 힘들기도 하지만 ‘급여기준’에 막혀 치료제마저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결핵항산균은 결핵균과 나병균을 제외한 항산균으로 자연환경에도 흔하게 존재한다. 새로 발견되는 균종도 많아 최소 150여종 이상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도 비결핵항산균 감염이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국내에서 그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인구 10만명당 9.4명이었던 비결핵항산균 감염 환자는 2016년 36.1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몇 차례 발생한 의료기관 내 집단감염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4번의 집단감염

첫 번째 집단감염은 지난 2005년 경기도 이천 모 의원에서 발생했다. 이 의원에서 오염된 주사제를 맞은 환자 66명이 비결핵항산균에 감염됐다 2008년에는 경기도 안산 한 한의원에서 침을 맞은 104명이 비결핵항산균에 집단감염됐다. 이어 2012년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의원에서 일명 ‘뼈주사’를 맞은 환자 61명이 관절에 고름이 차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집단감염은 최근에도 발생했다. 지난 2017년 7월 서울 서초구 모 이비인후과의원에서 근육주사를 맞은 환자 중 51명이 주사부위 통증, 부종, 농 형성 등 이상반응을 보여 11월부터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6월 발표한 역학조사 결과, 이들은 비결핵항산균인 마이코박테리움 압세수스(Mycobacterium abscessus)에 감염됐으며 그 원인은 오염된 주사제였다. M.압세수스는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균으로, 국내에서는 폐질환의 원인균인 M. avium complex 다음으로 많이 발견되고 있다. 비결핵항산균으로 인한 질환은 폐질환, 림프절염, 피부·연조직·골감염증, 파종성질환 등 4가지 특징적인 임상 증후군으로 분류되며 폐질환이 90% 이상으로 가장 많다.

수술로 수차례 농 제거하고 항생제 치료…극단적 선택한 환자도

비결핵항산균에 감염된 환자는 치료 과정이 복잡하고 길어 고통을 겪는다.

2012년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비결핵항산균에 감염된 70대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아 문제의 의원에서 ‘뼈주사’를 맞았던 70대 A씨는 그 이후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지는 듯해 인근 정형외과병원을 찾았다. 정형외과병원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이 심각하다고 했고 결국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았다.

뒤늦게 A씨는 뼈주사를 맞았던 의원에서 비결핵항산균인 M.마실리엔스(massiliense)에 감염된 사실을 알았다. 치료과정은 고통스러웠다. 무릎 부위에 생긴 염증이 사라지지 않아 인공관절을 다시 제거해야 했다. 그리고도 몇 차례 더 수술을 해 농을 제거하고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의료진의 만류에도 치료를 잠시 중단하고 퇴원한 A씨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사례처럼 비결핵항산균은 진단과 치료 모두 쉽지 않다. 비결핵항산균 감염 여부는 결핵균 배양 검사로 확인할 수 있지만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놓치기 쉽다. A씨가 갔던 정형외과병원이 인공관절치환술을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료 과정도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항생제 사용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수술로 농을 제거해야 한다. 때문에 수술만 수차례 받는 환자도 많다. 지난해 7월 서초구 모 이비인후과의원에서 비결핵항산균인 M.압세수스에 감염된 환자들도 수술과 항생제 치료를 반복하고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M.마실리엔스나 M.압세수스는 피부에 농양을 만든다. 항생제 사용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수술로 피부에 생긴 농을 다 제거해야 한다”며 “수술적인 치료를 동반해야 그나마 치료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까다로운 M.압세수스, 급여기준상 사용 가능한 약도 제한

문제는 항생제 치료 과정에도 있다. 심평원이 정한 급여 기준으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집단감염의 원인병원체인 M.압세수스는 비결핵항산균 중에서도 치료하기 어려운 감염증으로 꼽히지만 급여 기준 때문에 적절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급여기준에 따르면 M.압세수스 치료 시 마크로라이드(Macrolide)계 항생제인 ‘클래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 또는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 황산아미카신(Amikacin Sulfate) 주사제, 세폭시틴 나트륨(Cefoxitin Sodium) 주사제를 병용 투여할 수 있다. 이 약제에 내성을 보이거나 임상적으로 악화됐을 때는 Imipenem monohydrate 주사제 또는 플루오로퀴놀론(Fluoroquinolone)계 경구제, 독시사이클린 하이클레이트(Doxycycline Hyclate) 경구제로 변경하거나 추가 투여할 수 있다.

이같은 표준요법에 실패했을 때만 리네졸리드(Linezolid) 경구제 투여를 할 수 있으며 이때 약값은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이 기준대로면 서초구 모 이비인후과의원에서 집단감염된 M.압세수스를 치료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급여기준으로 허용한 약제 대부분에 내성을 보여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은 아미카신 주사제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최신 진료지침 등 반영해 급여기준 개선해야”

이에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산하 결핵연구회를 중심으로 급여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구회는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진료지침과 교과서에서 추천하는 타이제사이클린(Tigecycline) 주사제와 경구제인 리네졸리드, 클로파지민(Clofazimine)을 급여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급여기준대로면 최근 진료지침과 교과서에서 추천하는 타이제사이클린 주사제는 사용할 수 없다. 또 감수성 있는 경구용 항생제로 퇴원 후에도 장기간 사용이 가능한 리네졸리드도 급여기준에 따르면 사용할 수 없다”며 “클로파지민도 최근 진료지침과 교과서에서 추천하는 경구용 항생제이지만 급여기준에 없으므로 급여로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회는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한다고 해도 리네졸리드는 M.압세수스 치료에 처음부터 사용할 수도 없다”며 “M.압세수스는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매우 강한 균으로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수술을 한 후에도 효과적인 항생제가 장기간 필요한데 급여기준대로면 치료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고원중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감기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갔다가 잘 낫지도 않는 희귀질환에 걸린 셈인데 급여 기준에 막혀 치료제도 제대로 못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급여 기준대로면 쓸 수 있는 약이 없다. 리네졸리드도 표준치료에 실패했을 때만 쓸 수 있고 그마저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해서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급여 기준이 10여년간 바뀌지를 않았다. 최소한 외국 교과서나 진료지침에 나온 약은 급여로 쓸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현재는 비급여로 쓰고 싶어도 못쓴다. 비결핵항산균 감염으로 폐질환이 생긴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유일한 경구제인 리네졸리드를 처방했다가 삭감당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도 “타이제사이클린 주사제를 써야 하는 상황이 있지만 현 급여기준으로는 쓸 수 없다. 급여기준 확대가 필요하다. 다제내성결핵 치료제로 허가된 리네졸리드도 비결핵항산균 치료에 쓰기 힘든 상황”이라며 “주사제로 2~3개월 충분히 치료해야 먹는 약을 쓸 수 있다. 치료기간만 1년 정도인데 치료제가 급여되지 않으면 환자 입장에서 가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비결핵항산균 중 예후가 가장 나쁜 게 M.압세수스다. 완치율이 3분의 1 이하로 암보다 더 나쁘다”며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서 치료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데 다른 나라에서 쓰고 있는 약도 우리는 못 쓰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수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안슬기 2018-09-14 11:19:57

    질곡(桎梏) 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쇠고랑과 수갑으로 속박한다는 뜻이지요.
    건전한 의료를 질곡하는 이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삭제

    • 신동아 2018-09-14 10:01:29

      의학은 의사가, 계산은 심평원.

      심평원은 의학까지 넘보는 주제넘은 짓은 멈춰라.   삭제

      여백
      여백
      카드뉴스
      • [카드뉴스]난임 환자에게 희망을 만드는 '고날에프'
      • [카드뉴스] 치매 예방과 관리, 약물치료만이 답일까?
      • [카드뉴스]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킨텔레스'란 갑옷을
      여백
      쇼피알 / 라디오
      • 1
      • 2
      • 3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