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종 저/천년의시작/120쪽/9,000원

청진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의사의 삶과 마음을 담은 시집이 나왔다.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문학과 경계’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연종 시인이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이후 세 번째 시집 <청진기 가라사대>를 냈다.

전작을 통해 존재의 근원성에 대한 심미적 탐구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한층 깊어지고 완숙해진 작품을 선보인다. 신간 <청진기 가라사대>를 통해 그는 생명의 본질을 시적 사유의 영역으로 데려왔다.

권성훈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를 응축과 확장의 알레고리라고 말했다. 사물 전체를 부분으로 분열시키거나 대상의 미세한 부분을 감지, 전체로 분화시키는 특성이 여러 시에서 고루 나타나기 때문이다.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김연종의 시를 읽으면 그의 시어들은 삼킨 알약이 돼 의식을 일깨우고 정서를 일으킨다”며 “망각을 지우고 아픔과 우울을 다시 되살린다”라고 평가했다.

김연종 시인은 “의학의 현장이야말로 지난한 문학의 현장이다. 문진과 청진은 신산한 삶의 언어이고 처방전은 진솔한 시의 언어”라며 “은유의 그늘에 가려 빛을 발할 순 없지만 황량한 벌판에서 외치는 그 현장의 목소리를 나는 계속해서 받아 적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존재라는 근원에 대한 김연종 시인의 치열한 탐사 기록을 <청진기 가라사대>를 통해 엿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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