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병협에 중병협 의견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 없어…협회에서 입장 대변할 필요성 인정”
병협 “병협‧중병협과 상의 없이 중복 단체 신설, 이해할 수 없어”

대한의사협회가 일부 중소병원들과 의료현안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병원계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의협은 지난 15일 서울역 인근 식당에서 중소병원장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현안 논의를 위한 긴급 중소병원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5일 서울역 인근 식당에서 의료현안 논의를 위한 긴급 중소병원장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 의협)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소병원의 고충 등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특히 상급병실 급여화 및 선택진료비 폐지 등으로 위기에 처한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해 특단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의협과 중소병원들은 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비롯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 개선 ▲중소병원 간호인력 수급문제 해결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병상 간 이격거리 문제 해결 ▲재정적 지원 없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의 원점 재검토 ▲의료취약지에 위치한 중소병원에 대한 재정 및 인력 지원방안 마련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 감면 대상 업종에 중소병원 포함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중소병원의 토요휴무 가산 적용 ▲중소병원 현안 논의를 위한 정부와의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가칭)‘지역병원협의회’를 구성, 중소병원의 긴급현안 해결을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대한중소병원협회도 대한병원협회 산하에 있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의협에서 (중소병원들의)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협의체에 대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지역병원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병협과 따로 가는 건 아니지만 사실 의협과 병협은 존재가치로 볼 때 입장차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의사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협력한 부분은 협력할 생각이다. 병협도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중소병원계를 대표하는 중병협과의 사전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협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모든 중소병원에 공문을 보낸 것은 아니다”라며 “의협 내에 중소병원 개별 명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박하게 (행사가)진행된 점이 있다. 사실 병협을 통해서 요청하는 게 맞지만 문제가 있어 시도의사회를 통해 진행됐다”고 말했다.

병협과 중병협은 의협의 이러한 행보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병협 정영호 회장은 “의협에서 중소병원과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요청한 바가 전혀 없었다”면서 “일부 중소병원과 함께 논의를 진행한 것 같은데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대정부 건의문도 마치 모든 중소병원이 의협과 함께 문재인 케어를 부정하는 것처럼 돼 있는데 중병협 입장은 다르다”면서 “중소병원의 비급여 비율은 천차만별이다. 중병협은 급여화 과정에서 저수가 구조를 바꾸고 충분한 원가보상 등 디테일을 가지고 싸우지 비급여의 급여화 자체 때문에 투쟁을 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번 의협의 (가칭)‘지역병원협의회’ 구성 예고가 중병협이 함께하는 입장인 것처럼 왜곡될까봐 우려스럽다”면서 “이 문제로 상급병원협의회장, 병협 회장 등과 만나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병협 관계자도 “기존에 병협과 중병협이 있는데 이와 중복되는 단체를 사전에 상의도 없이 의협에서 만드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더욱이 중병협에 협조를 구하는 절차 등이 필요한데 이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병원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정치적인 협상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몇몇 중소병원장을 모아 가상의 대표성을 부여받기 위한 노력인 것 같다”면서 “실효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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