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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의료진 의견 일치율 낮은 이유, ‘심평의학’에 있다?왓슨 ‘강력 추천’ 의견 일치율 50%대…“급여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 많아”
  • 송수연 기자
  • 승인 2018.08.08 12:27
  • 최종 수정 2018.08.08 12:27
  • 댓글 1

국내 의료 분야에 불던 ‘왓슨(Watson)’ 바람이 올해 들어 잦아들고 있다. 경쟁하듯 IBM 인공지능(AI) 왓슨을 도입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그 대열에 합류하는 병원이 없다. 2016년 12월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2017년에만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중앙보훈병원이 왓슨을 도입했다.

왓슨을 도입한 병원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 이유를 두고 미국 MD앤더슨이 지난해 IBM과 왓슨 관련 계약을 종료하는 등 왓슨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서 ‘왓슨 붐’이 주춤한 데는 제도적인 한계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기준에 맞춰서 진료를 해야 하는 환경에서 왓슨이 추천하는 치료법은 ‘무용지물’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이 일치하는 비율이 50%대에 불과한 이유로 ‘심평의학’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왓슨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문헌과 최신 연구논문 등을 분석해 치료법을 ‘강력추천(Recommended)’과 ‘추천(For Consideration)’, ‘비추천(Not Recommended)’으로 구분해서 제시한다. 강력 추천은 초록색으로 추천은 주황색, 비추천은 분홍색으로 표시된다.

길병원이 지난해 12월 왓슨 도입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진료 성과에 따르면 왓슨을 이용해 진단받은 대장암 환자 118명 중 의료진이 생각한 치료법과 왓슨이 ‘강력 추천’한 치료법이 일치한 비율은 55.9%였다. ‘추천’ 치료법까지 포함하면 의견 일치율은 78.8%로 높아진다.

건양대병원도 지난 4월 왓슨 도입 1주년을 맞아 유방암 환자 100명에 대한 왓슨 적용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의료진의 의견과 왓슨의 ‘강력 추천’이 일치한 비율은 48%였다.

임상 현장에서는 왓슨이 강력 추천한 치료법이 심평원 급여 기준과 다를 경우가 많아 의견 일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왓슨은 최신 논문과 문헌 등을 참고해 치료법을 제안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진은 진료비 삭감을 피하기 위해 ‘심평의학’에 맞춰 처방한다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이 공개한 왓슨 진료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왓슨은 강력 추천하지만 급여 기준에 맞지 않아

A대학병원도 왓슨을 도입한 이후 이런 사례를 종종 경험하고 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유방암 환자에게 왓슨은 PARP 억제제인 ‘올라파립(Olaparib)’을 치료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급여기준에 맞춰 항암제 ‘젬시타빈(Gemcitabine)’을 처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GFR exon 19번 유전자 변이에 의한 폐암 환자에 대한 처방도 왓슨과 의료진은 달랐다. 왓슨은 ‘타그리소’(성분명 Osimertinib)을 강력 추천했지만 의료진은 급여기준에 따라 ‘이레사’(성분명 gefitinib) 처방을 의견으로 냈다.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 환자에 대해서도 왓슨은 ‘GnRH agoinist + 엑스탄디(성분명 enzalutamide)’으로, 의료진은 ‘Paclitaxel’(성분명)로 의견이 갈렸다.

왓슨을 진료에 활용하고 있는 한 교수는 “왓슨은 의학적으로 최선, 최신의 치료법을 권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심평원이 정한 기준대로 처방하지 않으면 삭감 당하기 일쑤다. 심평원이 하라는 것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견 일치율이 낮은 이유가 한국인의 특성 때문이라고 하는데 위암을 제외하면 그렇지 않다. 심평원 급여 기준이 미치는 요인이 훨씬 크다”고도 했다.

왓슨 진료를 하는 또 다른 교수도 “위암은 미국보다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에서 환자가 더 많고 치료 방식에도 차이가 있어서 의견 일치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위암을 제외한 나머지 암에 대해 왓슨과 의료진의 의견 일치율이 낮은 건 심평의학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암 환자를 잡기 위해 왓슨을 도입한 지방 대학병원 중에는 의견 일치율을 높이기 위해 IBM 측에 심평원 급여 기준을 반영해 달라는 요청을 한 곳도 있다. 이같은 요청에 IBM 측은 의견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의학적인 근거에 의해 제시한 최선의 치료법을 한국에 맞게 바꿔 달라는 것이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인 이언 교수(신경외과)는 “의견 일치율에 집중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인공지능을 네비게이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왓슨은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수많은 솔루션 중 하나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좀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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