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 8일 6차 회의…약사회 내부 결속력 부재가 걸림돌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여부를 결정 짓는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가 8일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안전상비약 확대에 반대하며 궐기대회까지 개최했던 대한약사회가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 회의는 6번째 열리는 것으로 사실상 마지막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9일 37도가 넘는 폭염속에서도 수천여명의 약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편의점 판매약 확대 반대' 등을 외치고, 기자간담회까지 개최하며 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부당성을 강조해온 약사회인 만큼 이날 회의에서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약사회는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도 이를 막아내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마지막 카드를 쉽게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전상비약 부작용 문제 공론화에 집중하는 약사회

다만 약사회는 안전상비약으로 지정된 13개 품목들의 부작용 문제를 강조하며 품목 확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약사회에 따르면 판매량이 가장 많은 타이레놀500mg의 경우 금기사항에 알코올 섭취자는 복용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으며, 이미 195건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어린이부루펜시럽도 부작용 보고가 113건에 달한다.

감기약 판콜에이와 판피린은 영아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으며, 소화제인 베아제, 닥터베아제, 훼스탈골드, 훼스탈플러스 또한 7세 이하 어린이는 복용해서는 안된다. 이 중 베아제는 141건, 훼스탈플러스는 16건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파스도 마찬가지다. 제일쿨파프, 신신파스아렉스는 모두 30개월 이하의 유아에 사용할 수 없고, 신신파스아렉스는 20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이같은 금기사항은 복지부가 정한 안전상비약 품목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이번에 확대 품목으로 제시되고 있는 겔포스엠과 스멕타 역시 안전성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특히 복지부가 스스로 정한 기준에 못미치는 품목을 들고 나온다면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충분한 만큼 8일로 예정된 6차 심의위를 연기하거나 아예 정부와 약사회가 참여하는 약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겠다는 복안이다.

약사회 아킬레스건, 내부 결속력과 여론

다만 약사회가 내부적으로 뭉치지 못하고 내홍을 겪고 있는 점은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저지에 반대할 회원은 없지만 현 집행부가 이를 저지해낸다면 조찬휘 회장의 임기를 연장해주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을 끌어내리려는 회원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조찬휘 회장은 현재 16개 시도 약사회 지부장이 모인 단체인 전국분회장협의체와 약사회관 신축은 물론 연수교육비 횡령 등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내부적인 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약사회를 향한 여론도 좋지 않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약사회의 궐기대회 개최 이후 성명을 내고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반대는 약사들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경실련은 상비약 약국 외 판매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민들 대부분이 원하는 정책이라면 약사회의 부작용 논리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내홍을 겪고 있는 약사회가 국민 편의성을 등에 업고 있는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비난에 맞서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저지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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