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윤일규 의원, '발사르탄 사태 재발방지 대책 마련 위한 토론회' 개최
전문가들, 제네릭 허가제도 개선 촉구…복지부·식약처도 개편 필요성 공감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의 발암물질이 함유된 발사르탄 고혈압치료제 리콜 사태가 제네릭 의약품 허가제도 개편에 불을 지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발사르탄 사태의 원인으로 위탁·공동 생동성시험과 제네릭에 고가 약가를 보전해주는 제도가 지목되면서 보건당국에서도 제네릭 허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김상봉 과장은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과 신문 청년의사 주최로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발사르탄 사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번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함께 의약품 품질관리 및 허가제도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약 논란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더 많은 준비가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다만 ‘제네릭 품질’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규제환경 전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과장은 “이번 사태가 제네릭의 품질문제와 관련이 있다고만 보지 않고 있다”면서 “허가제도를 공급과 수요측면으로 봤을 때 식약처가 공급자라면, 공급자를 둘러싼 규제환경을 진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자인 제약사가) 100번째 제네릭, 150번째 제네릭을 허가신청하게 만드는 ‘동기’도 진단해야 한다. 위탁·공동 생동성시험을 중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최초 리콜을 공지한 유럽의약품안전청(EMA)과의 정보공유 부족 등에 대한 부분에선 원료 수입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과장은 “제지앙 화하이사는 (불순물 발생을 인정한 후) 전세계 원료 수입사들에 이 사실을 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도 규제당국에 알린 것이 아니라 수입사에 알리고 수입사들이 규제당국에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우리(국내 제약사)도 공지를 받았는데 당국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해당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도 식약처와 협조를 통해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제네릭에 고가 약가를 보전해주는 제도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제네릭에 높은 약가를 책정해주다보니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만을 쏟아내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은 “제네릭 가격을 비교적 높게 책정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약가뿐만 아니라 제조단계와 허가 등 제도 전반을 고려해 개선해 나가겠다.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발사르탄 논란에 정작 ‘환자’는 없었다”

정부 리콜 사태 발표에 이은 언론의 보도,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휩싸인 환자를 위한 고려가 없었다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운영위원장은 “캐나다, 미국 등에선 사태 인지가 사실상 6월말경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식약처는 일주일 가량이 지난 7월 5일 토요일에서야 고작 일상적 보고 수준의 안전성 서한 등이 나왔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식약처의 조치가 발암물질에 대한 국내 환자들의 공포나 (의약품 인지) 수준 및 행태에 대한 고려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해당 약품을 복용하는 국민들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과 국회, 전문가들도 이같은 국민들의 공포를 저마다 이용하기 바빴다고도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언론에선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불순물 정도로 표현되다가 어느새 발암물질로 바뀌었다. 중국산 발암물질 함유라는 말에 환자들은 멘붕에 빠졌다”며 “이같은 공포감을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주말동안 겪고 나니, 월요일이 되어선 전문가들이 대체조제, 성분명 처방 등 그간 하고 싶었던 주장들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정작 그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은 분노가 차오르고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환자들의 분노를 감소시키는 의·약사에 대한 보상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김정하 의무이사는 “의협에선 일선 의료기관에 해당 발사르탄 포함 복용 환자에 연락을 취해 재처방을 해달라는 지침을 내렸고, 의료기관들도 적극 협조했다”면서 "일부 의료기관들은 진료가 어려울 정도로 문의가 몰려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재처방에선 본인부담금이 면제되고 약사들도 조제료를 받지 않았지만, 협조한 전문가들에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같은 사태 발생시 일선 기관들에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보상방안이 마련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약에 대한 환자들의 인지를 높이기 위해 의약품명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대해 알지 못하다보니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대한약사회 이모세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장은 "제네릭 의약품 이름을 단순하게 정리했으면 좋겠다"면서 "캐나다, 일본 등에선 제네릭 명칭을 '일반명+회사(예: 발사르탄+테바)'식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자신의 약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한국도 의약품명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환자가 식별하기도 좋고 의약사가 간호사 등과 대화할 때 소통도 더 잘 되게끔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식약처와 논의를 거쳐 이날 제기된 제도 개선방안을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윤병철 과장은 "의·약사에 대한 보상방안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 논의를 거쳐 반영하겠다. 제네릭 명칭 개편도 식약처와 논의해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환자중심 정책이 필요한 만큼 전체적인 측면에서 제도를 점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오병희 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오 원장은 "국내 고혈압 환자는 1,000만~1,500만명으로 이중 70%가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서 "이번 발사르탄 사태와 같은 사안은 충분히 재발할 개연성이 높다.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물복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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