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검찰 상고 기각…醫 “앞으로 이런 불행한 판결이 나오지 말아야”

분만 중 태아 사망 사건으로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 받은 의사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26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에 대한 검찰 상고를 기각하며 2심과 같이 무죄를 확정했다.

2014년 11월 24일 A씨가 운영하는 산부인과에 독일인 산모가 분만을 위해 입원했다.

하지만 이튿날 오전 문제가 생겼다. 오전 6시 15분부터 3시간여 동안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증상이 5차례 발생한 것이다. 이후 태아 심박동수는 안정됐고 산모는 오후 2시 30분경 진통을 시작했다.

A씨는 오후 4시 25분 산모에게 무통주사액을 투여했고 5분 후인 오후 4시 30분 태아의 심박동수를 검사했다. 산모는 오후 6시경 다시 통증을 호소했다. 산모의 상태를 살핀 A씨는 이때 태아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착했던 태아 심박동수 감지기는 산모의 통증 호소로 제거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검찰은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로 혐의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의 유죄 판결에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중재원이 ‘태아 심박수가 회복됐었다면 자연분만을 시도해볼 수 있었고 4시 30분부터 6시까지 태아 감시가 안 된 점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 의료계가 공분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해 4월 29일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 산부인과의사 긴급 궐기대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 산부인과 의사들을 비롯 전국에서 의사 1,000여명이 참여해 한 목소리로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이후 A씨는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미국소아과학회와 미국산부인과학회 권고 내용을 근거로 사건 당일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1시간 30분 동안 30분 간격으로 태아의 심박동수를 체크하지 않은 A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과실이 태아 사망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지적하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상고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26일 검찰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환영의 입장을 보냈다.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기본적으로 의사는 환자를 살리려고 최선을 다한다는 직업윤리를 가지고 있고 모든 의사가 그런 마음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벌어지는 사고를 전부 의료사고라는 시각으로 다가간다면 그 피해는 온전하게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조금 전 연락을 받았는데 정말 감격스럽다”면서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분만은 두 생명을 책임지는 일로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모와 아기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산부인과 의사들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한다. 의사가 고의로 환자가 잘못되길 바라겠는가. 앞으로는 불행한 판결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