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경제성평가 실시…이건세 교수 "환자들의 합리적 투석방법 선택 위한 제도 마련돼야"

만성 콩팥병 환자들게 시행되는 투석 중 혈액투석보다 복막투석이 비용대비 효과가 높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에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경제성을 비교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대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만성 콩팥병 환자들의 합리적 투석방법 선택을 위한 정책 공청회’에서는 ‘한국인 말기신부전 환자 전향적 코호트 구축을 통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비용효과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2016년부터 경북대병원, 서울대병원, 건국대병원에서 시행된 연구는 마르코프 분석모형을 적용해 50세에 투석(혈액, 복막)을 시작한 환자를 대상으로
생명연장수명(Life years gain, LYG)과 삶의 질(Quality adjusted life years, QALY)을 분석했다.

마르코프 모형은 연쇄적인 상황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값을 찾아내는 분석기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100세에 사망한다는 가정 하에 50세에서 100세까지 50년을 분석기간으로 설정하고 1년마다 의료비 등을 분석했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경제성 평가결과 및 정책적 제언'을 발표한 건국의대 이건세 교수는 혈액투석 및 복막투석을 비교했을 때 복막투석이 비용대비 효과가 높다고 밝혔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간에 치료효과는 큰 차이는 없었으나 생명연장수명(LYG) 향상에는 혈액투석이 좀 더 유리하고, 삶의 질(QALY) 향상에는 복막투석이 좀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용에서는 혈액투석이 평균 3,700만원, 복막투석은 2,500만원 가량으로 나타나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복막투석이 더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석방법 변경을 배제했을 때와 투석방법 변경을 고려했을 때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복막투석이 혈액투석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세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체환자의 90% 이상이 혈액투석을 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은 결과에 큰 차이가 없으나 복막투석이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좀 더 일찍 경제성평가 연구가 진행됐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나라별 혈액 투석과 복막 투석의 비율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17년 혈액투석 환자는 7만3,059명인 반면 복막투석 환자는 6,475명이다. 전체 투석 인구의 8.14% 정도에서만 복막투석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환자들의 합리적 투석 방법 선택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혈액투석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복막투석의 수가가 현실화 돼야 하며, 환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는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1, 2차 의료기관과 3차 의료기관간에 원활하게 환자교류가 이뤄져야 하며 복막투석 전문 상담수가를 신설하고 평생 1회 적용되는 상담수가를 주기적인 수가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또 “급여환자의 정액수가제를 현실화 해야 한다"면서 "3차 의료기관은 입원과 외래환자에 대해 차등수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셀프케어(self-care)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환자들에게는 투석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응급투석을 실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신장질환도 조기진단 관리체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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