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의대 졸업한 최정훈씨 “ABO 혈액형 검사 정확도 떨어져 수혈 사고 빈번”

탈북 의사가 본 북한 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질병 진단이 어려운 환경이다.

북한에서 의사로 근무하다 2011년 탈북한 최정훈 씨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감염학회 ‘2018년 남북 교류 활성화 대비 감염병 대응 심포지엄’에 참석해 북한 감염병 진료현실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 씨는 지난 2002년 청진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고려대 일반대학원 북한학과에 다니고 있으며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이다.

탈북 의사인 최정훈씨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년 남북 교류 활성화 대비 감염병 대응 심포지엄'에 참석해 '북한의사가 바라본 북한의 감염병 진료현실'에 대해 발표했다.

최 씨가 전한 북한 의료환경은 열악했다. 질병 진단에 필요한 검사 장비가 낙후돼 있고 실험실을 적정온도로 유지하기 힘들어 ABO 혈액형 검사마저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최 씨는 “진단 시설이 열악해서 감염병 진단이 어렵다”며 “북한에서는 과학적인 진단이나 치료가 불가능하며 대책도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감염병을 진단할 수 있는 실험실적 조건이 불비하며 진단시약, 현미경·배양기 등 실험기구가 부족하고 전기와 급수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마저 열악하다”며 “40~50년 된 현미경을 쓰거나 심지어 일제 때 쓰던 현미경도 있다”고 했다.

최 씨는 “추운 겨울에는 난방을 하기 어려워서 실험실을 적정온도로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혈액 검사도 어려움을 겪는 병원이 많다”며 “수혈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한데, 원인은 실험실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ABO 혈액형 판정을 오판해서 다른 혈액을 수혈해 사망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과학적인 진단이 어려워서 의대에서 교과서로 배웠던 증상을 참고해서 진단한다”며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진료할 때 임상의사들은 진단을 내기리 힘들어 한다. 심지어 항생제를 우선 사용해서 거기에 반응하면 관련 질병으로 보기도 한다”고 했다.

백신을 보관하기 힘들어 예방접종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는 “백신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 제약시스템이 없다. 지원받은 백신도 냉장 보관하기 어렵다. 냉장 보관 시설장비가 있다고 해도 전기 등 에너지가 부족해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94년 10월 장티푸스가 유행했는데 상·하수도 오염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오염된 물을 마신 주민들이 장티푸스에 감염된 것”이라며 “2011년 장티푸스가 또 유행했는데 이때도 오염된 물이 원인이었다. 2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상·하수도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북한 내 약국이 늘면서 약은 팔고 있지만 약값이 너무 비싸서 환자 한명이 나오면 그 집안이 망한다는 말도 나온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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