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련 영역 지도전문의 지표 두고 일선 기관 반발

의료질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지도전문의 수를 늘렸지만 오히려 등급 하락 위기에 놓이면서 일부 의료기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이들은 의료질평가 지표 중 교육수련 영역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선택진료 폐지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보상 차원에서 지난 2015년 도입된 의료질평가는 올해 지원금 규모가 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원 규모가 큰 만큼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가장 신경 쓰는 평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A종합병원도 의료질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스템 등을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교육수련 영역에서 높은 가중치를 받기 위해 지도전문의 육성에 신경을 썼다. 교육수련 영역 세부기준 중 ‘전공의 수 대비 적정 지도전문의 확보’와 ‘진료실적 대비 적정 지도전문의 확보’ 지표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 의료질평가 계획’에 따르면 ‘전공의 수 대비 적정 지도전문의 확보’ 지표값의 경우 인턴 수련병원은 ‘전속전문의 수/인턴 정원’으로, 레지던트 수련병원은 ‘지도전문의 수/수련과목별 레지던트 1년차 정원’으로 산출한다. 지도전문의 수가 많으면 점수가 높게 나오는 구조다.

출처 : '2018년 의료질평가 계획'

A종합병원은 전공의 정원은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지도전문의를 양성하기로 했다. 전문의 2년차는 의무적으로 지도전문의 교육을 받도록 해 117명이던 지도전문의 수를 124명으로 증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교육수련 영역 점수가 올라가기는커녕 전년도보다 떨어졌다. 심평원은 지난달 15일 의료기관별로 2018년 의료질평가 지표값을 통보하고 28일까지 정정신청을 하라고 안내했다. 최종 평가결과는 오는 8월초 각 기관에 통보된다.

A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도전문의는 관련 전문분야에서 2년 이상 일한 전문의에 한해서 별도 교육 등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2년차 전문의는 교육을 받고 지도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 진료 시간도 빼고 교육을 받도록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했다.

교육수련 영역에서 점수가 떨어진 곳은 A종합병원뿐이 아니었다. 경기도 소재 B대학병원, C종합병원 등도 예상치 못한 지표값을 통보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점수 하락의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지도전문의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안된다?

이들이 교육수련 영역에서 예상치 못한 점수를 받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도전문의 확보에 너무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우선 ‘전공의 수 대비 적정 지도전문의 확보’와 ‘진료실적 대비 적정 지도전문의 확보’ 기준이 모두 지도전문의가 많아야 좋은 점수를 받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상반된 산출식을 갖고 있다. 전공의 수 대비 적정 지도전문의 확보 기준은 지도전문의가 분자여서 많은 지도전문의를 확보할수록 높은 점수가 나오지만, 진료실적 기준은 그 반대다. 지도전문의가 분모여서 진료실적보다 지도전문의 수가 많으면 점수가 낮게 나오는 구조다.

특히 진료실적 대비 적정 전문의 확보 기준은 중간값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지만 그 세부 내역은 공개된 바 없다. ‘진료실적/지도(전속)전문의 수’의 값이 40.5~59.4%인 중앙에 위치하면 최고점인 5점이며, 2.5% 미만이거나 97.5%를 초과하면 0점이다. 2.5% 미만이면 교육을 위한 임상경험(case)이 부족하고, 97.5%를 초과하면 과다한 진료량으로 교육수련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수련과목 수에 따른 가중치 부여 기준도 있지만, 이 부분도 수련환경평가 자료를 활용하는 만큼 공개되지 않아 모르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많았다.

인턴 수련병원과 인턴 포함 4개 이하 과목만 수련하는 병원의 가중치는 각각 ‘-50%’, ‘-30%’인 반면 인턴 포함 14개 이상은 30%, 21개 이상은 50% 이상 가중치를 받는다. 5~13개 과목을 수련하는 병원은 가중치가 없다.

이번 평가에서 교육수련 영역 점수가 하락한 한 병원 관계자는 “교육수련 부분은 몇 점을 받을지 아무도 모르는 구조다. 진료실적 대비 적정 지도전문의 확보의 경우 중앙에 위치해야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데 알지 못했다”며 “모든 수련병원을 한 줄로 세워 중간에 위치하면 점수를 가장 많이 준다는 것인데 예측 불가능하지 않느냐. 중간에 위치한 병원이 교육수련을 잘한다는 근거는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1년차 전공의 정원을 배정받지 못한 과목의 지도전문의 수를 정원에서 제외하는 것도 문제다. 1년차 전공의가 없다고 해서 다른 연차 전공의 교육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는 “의료질평가 설명회에서도 세부적인 내용을 듣지 못했다. 공개된 교육수련 영역 기준만 보면 지도전문의가 많으면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로 보인다”며 “사전에 알리지도 않은 채 수련과목 수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도 대형병원만을 위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진행하는 평가라면서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로 진행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심평원 “예측 가능성 높이기 위해 평가기준 및 설명 보완하겠다”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심평원은 지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심평원은 “교육수련 영역은 매년 전공의법에 따라 시행하는 수련환경평가 자료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각 병원은 수련환경평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그것이 곧 의료질평가를 준비하는 게 된다”며 “다만 일선 병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교육수련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평가 기준과 이에 대한 설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진료실적 대비 적정 지도전문의 확보’ 기준에 대해서도 “지도전문의의 진료량이 너무 많으면 교육수련에 소홀할 우려가 있고 진료량이 너무 적으면 수련을 위한 임상경험이 부족해지므로 ‘적정 구간’을 기준으로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설명이 명시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표 설명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또한 “‘진료실적 대비 적정 지도전문의 확보 지표에서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을 받지 못한 과목 지도전문의는 제외해 산출한다”며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은 매년 각 수련병원의 수련역량을 평가해 산출하는 것으로, 전공의 정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수련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별도 지도전문의의 진료실적을 요구하는 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련과목 수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면 대형병원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에는 “수련과목 수가 많은 병원은 그만큼 지도(전속)전문의의 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종별 구분평가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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