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구로병원 이형민 교수, 응급실 종사자 대상 긴급 설문조사 중간 결과 발표

응급실에서는 거의 매일 폭언이 쏟아지고 한 달에 한 번은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응급실에 있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고려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이형민 교수가 1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회 긴급 공청회에서 공개한 응급실 종사자 대상 긴급 설문조사 중간 결과를 통해 본 응급실의 모습이다.

단 3일간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514명, 전공의 375명, 간호사 632명, 응급구조사 119명 등 총 1,642명(응답없음 2명)이 참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전체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3분의 1, 전체 응급의학과 전공의의 70%가 참여한 수치며,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응급구조사의 의견도 함께 들은 최초 조사이기도 하다.

고려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이형민 교수는 1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회 긴급 공청회에서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간호사·응급구조사의 97%는 폭언을, 63%는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특히 응답자의 55%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폭언을 들은 횟수는 한 달에 1~2회가 389명(23.7%)으로 가장 많았고, 1주에 1~2회라는 응답이 370명(22.5%)으로 그 뒤를 이었다. 폭행을 당한 경험은 1~2회 정도라는 응답이 792명(48.2%)으로 가장 많았지만 1년에 1~2회라는 응답도 237명(14.4%)나 됐다.

하지만 응급실 내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빈도를 묻는 질문에는 1년에 10회 미만(503명, 30.6%)이 가장 많았으며 한 달에 1~2회(396명, 24.1%)가 그 뒤를 이었다.

폭언을 들었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응답은 40%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참고 있었다. 폭력도 마찬가지였다. 폭력을 당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응답은 43%였다.

이런 경험은 응급실 자체를 불안한 곳으로 만들었다. 응급실 안전성를 5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때 응답자들이 느끼는 안전성는 평균 1.7점이었다. 간호사가 제일 낮은 점수를 줬으며 그 다음이 응급구조사였다. 이 교수는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은 전공의, 전문의보다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이들의 불안감은 3년 전보다 더 커졌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15년 설문조사에서 응급실의 안전성은 5점 만점에 4.3점이었다. 3년 만에 점수가 반 토막 난 셈이다.

불안하다는 응답은 응급실 규모와도 관련이 없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전문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종사자들 모두 불안하다고 했다. 그나마 안전요원이 있는 응급실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안전성 점수가 조금 높았다.

하지만 안전요원이 있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간호사·응급구조사는 62%뿐이었다. 안전요원이 의료진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5점 만점에 평균 2.7점을 줬다.

응답자들은 경찰을 응급실에 배치하는 게 의료진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5점 만점에 평균 4.1점). 모든 응급실에 경찰이 상주해야 한다는 응답도 많았다(4.0점).

폭언 대응지침은 37%, 폭력 대응지침은 44%만 있었다.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 신고해 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893명으로 54%였지만 대부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찰에 사건을 접수해 본 적 있다는 응답은 617명으로 37%였지만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해 만족도는 매우 낮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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